SK하이닉스가 2026년 3분기 영업이익 83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쓴 반면 삼성 모바일 등 세트 사업은 메모리 매입비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같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메모리 업체엔 초고마진으로, 완제품 업체엔 원가 부담으로 정반대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실적에서는 HBM·DDR5 비중과 세트부문 영업이익률을 갈라 보고, 빅테크의 AI 투자 수익화 속도로 사이클 정점을 점검해야 한다.
메모리 가격이 뛰면 반도체 업계 전체가 호황일 것 같지만, 실제 성적표는 갈린다. 메모리를 파는 쪽과 그 메모리를 사다 완제품을 만드는 쪽의 손익이 정반대로 움직인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3분기 매출 104조원, 영업이익 83조원을 기록했다고 10월 28일 밝혔다. 분기 매출이 처음 10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632% 급증했다. 같은 분기 삼성전자도 영업이익 107조원대로 4개 분기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모리가 끌어올린 숫자다.
그런데 삼성 안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메모리를 담당하는 반도체 부문은 사상 최대지만, 그 메모리를 사다 쓰는 스마트폰·가전 사업은 매입비용이 급등하며 수익성이 나빠졌다. 모바일(MX) 사업부는 3분기 적자가 전망된다는 보도가 나왔고, 갤럭시A 생산량을 4분기에 20% 줄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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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마진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80%였다. 100원어치를 팔면 80원이 이익으로 남았다는 뜻이다. 증권가는 삼성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4분기 약 37%에서 올해 3분기 80% 안팎까지 뛴 것으로 추정한다.
이 마진을 떠받친 건 AI용 고부가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HBM4 출하가 본격화되고 서버용 DDR5 판매가 늘며 D램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터라 가격 결정력이 메모리 업체 쪽에 있다.
완제품 업체에는 같은 상황이 거꾸로 작동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D램이 메인 칩셋을 제치고 가장 비싼 단일 부품이 됐다. 원가의 핵심이 오르는데 소비자 가격을 그만큼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세트업체는 두 갈래로 대응한다. 하나는 출고가 인상, 다른 하나는 저가 모델 축소와 생산량 조절이다. 둘 다 판매량이나 마진 중 하나를 깎는 선택이라, 메모리 업체가 누리는 호황과는 거리가 멀다.
순수 세트업체일수록 타격이 크다. 삼성처럼 메모리와 세트를 함께 가진 기업은 반도체 이익이 세트 부진을 메우지만, 메모리 사업이 없는 완제품 제조사는 원가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투자 판단이라면 전사 영업이익 숫자만 볼 게 아니라 부문을 갈라 봐야 한다.
특히 세트 부문 영업이익률이 분기마다 어떻게 변하는지가 원가 압박의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이 호황이 언제까지냐다. 전망은 엇갈린다.
지속론 쪽은 이번 상승을 재고 회복이 아니라 AI가 만든 구조적 초과수요로 본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증설 효과는 2027년 하반기 이후에나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반대로 조정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SK하이닉스 뉴스룸조차 일부 기관과 외신이 경쟁 심화와 생산능력 확대로 HBM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을 함께 언급한다.
정점을 점검하는 가장 현실적인 신호는 수요처의 돈 사정이다. 메모리를 사가는 빅테크 4곳(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은 AI 투자를 늘리며 3분기 합산 잉여현금흐름이 260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1년 전 620억달러 흑자에서 크게 꺾인 수치다. AI 투자가 이익으로 돌아오는 속도가 느려지면 메모리 주문도 흔들릴 수 있다. 이 조건이라면 실적 발표 때 메모리 호황보다 빅테크의 투자 지속성을 먼저 확인하는 쪽이 사이클을 읽는 데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