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과 순환투자 논란은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될지에 대한 의심을 거쳐 HBM 수요로 전달되고, 이 경로에 대한 노출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향 HBM 집중도가 높아 AI 투자 둔화 우려에 더 직접 반응하고,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와 파운드리로 사업이 분산돼 있다. HBM 점유율과 고객 구성, 사업 믹스, 외국인 수급을 나눠 보면 같은 약세장에서도 두 종목의 체력 차이를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함께 밀릴 때는 대개 종목 고유의 악재가 아니라 시장 전체 변수가 원인이다. 지난주 코스피는 7003.74에서 6625.93으로 5.39% 내렸는데, 채권 금리와 국제 유가 부담에 외국인 매도가 겹쳤다.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비중 축소를 권고한 뒤 외국인은 반도체 대형주를 계속 팔았고, 연초 이후 누적 순매도는 180조원을 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AI 거품론이 얹혔다. 반도체주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된다는 전제 위에 올라 있어, 그 전제가 흔들리면 두 종목이 동시에 흔들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같은 악재라도 두 회사가 받는 충격의 크기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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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핵심은 순환투자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하면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이 다시 엔비디아 GPU를 빌리는 데 쓰인다는 지적이다. AMD와 오픈AI의 계약도 비슷한 구조로 거론됐고, 일부 비평가는 이를 2000년 닷컴 버블 때의 벤더 파이낸싱에 빗댔다. 엔비디아는 스타트업 투자가 매출의 3~7%에 불과해 매출을 구조적으로 부풀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결론이 'AI 투자가 앞으로도 계속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꺾이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수요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이다. 그리고 HBM은 두 회사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다르다. 거품론이 HBM 수요를 건드리는 순간, 노출도가 큰 쪽이 더 크게 반응한다.
SK하이닉스는 HBM 선두이자 엔비디아의 주력 공급사다. 2025년 3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7%로 삼성전자(22%)와 마이크론(21%)을 앞섰고, 엔비디아향 HBM3E 물량에서는 대신증권 추정 기준 71%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매출 구조가 AI 수요에 밀착해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AI 투자 둔화 우려에 민감하다.
삼성전자는 결이 다르다. HBM에서는 추격자 위치지만 범용 D램과 낸드, 파운드리까지 사업이 분산돼 있다. 3분기에는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메모리 전반의 회복을 보여줬다. HBM 한 축의 수요가 흔들려도 다른 축이 버텨줄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 지표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
| HBM 점유율(2025 3Q) | 22% | 57% |
| 엔비디아 HBM3E 노출 | 추격 단계 | 71%(물량 추정) |
| 2026 HBM 매출 전망 | 약 24조원 | 약 41조원 |
| 사업 구성 | 메모리·파운드리 분산 | HBM·메모리 집중 |
점유율과 매출 전망 수치는 증권사마다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38조원, 삼성전자 22조원대로 더 보수적으로 잡기도 했다. 방향성은 비슷해도 숫자 자체는 추정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두 종목을 함께 볼 때는 '같이 빠졌다'가 아니라 '무엇에 더 노출됐나'를 기준으로 점검하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AI 거품론은 두 종목을 함께 누르지만, 충격이 전달되는 깊이는 HBM 의존도에 따라 갈린다. SK하이닉스는 상승장에서 탄력이 크고 하락장에서 변동성도 크며, 삼성전자는 사업 분산으로 등락의 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같은 약세라도 이 차이를 알고 보면 반응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