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8월 31일 한화 계열 3사의 KAI 지분 합계 15.89% 취득을 승인하면서, 이 정도로는 KAI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화는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은 2대주주가 됐지만, 최대주주로 올라서거나 임원을 겸임하면 기업결합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함께 걸렸다. 방산 재편을 지분으로 확인하려면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 지분의 향방과 한화의 경영 참여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8월 31일 한화 계열사 세 곳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5.89%를 취득한 건에 대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이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나눠 가진 결과다.
승인 자체보다 공정위가 붙인 판단이 중요하다. 공정위는 15.89%로는 한화가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지배관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봤다. 즉 지분은 늘었지만 KAI를 손에 넣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이 이 승인을 곧바로 '한화의 KAI 인수'로 읽으면 앞서가는 해석이 된다.

Rômulo Queiroz
한화의 의도는 지분 취득 목적 변경에서 드러난다. 한화는 2026년 5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 뒤 지분을 계속 늘려 왔다.
배경에는 통합 방산 구상이 있다. 한화는 이미 지상과 해상, 우주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데 항공 부문이 약하다. KAI는 FA-50 경공격기와 수리온 헬기,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이끄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체계업체다. 한화가 항공 부문의 빈칸을 메우려 할 때 가장 확실한 상대인 셈이다. 업계는 한화가 KAI와 손잡으면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거제의 한화오션, 사천의 KAI를 잇는 육·해·공·우주 방산 라인업을 경남에 묶을 수 있다고 본다. 지분 확대는 그 밑그림의 첫 단추에 가깝다.
공정위는 이번 승인에 조건을 함께 달았다. 한화가 앞으로 KAI 지분을 더 사들여 최다 출자자가 되거나, KAI 임원의 3분의 1 이상을 겸임하거나, 대표이사를 겸임하게 되면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새로 생겨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 조건이 재편의 실제 분수령이다. 현재 KAI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가진 한국수출입은행이고, 한화는 15.89%로 2대주주다. 국민연금이 8%대로 그 뒤를 잇는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 격차가 약 10%포인트로, 단순 매수만으로 뒤집기는 쉽지 않은 거리다. 한화가 최대주주가 되려면 수출입은행이 쥔 지분의 향방이 관건이라, 시장에서는 이 지분을 재편의 종착지로 본다.
이번 승인은 방산 지형이 움직이고 있다는 방향성 재료이지, 지배구조가 바뀐 사건은 아니다. 주가 재료로 따진다면 확인할 지점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수출입은행 지분의 처리 방식이다. 이 지분이 시장에 나오거나 매각 논의가 구체화되면 한화의 최대주주 등극 가능성이 현실 영역으로 들어온다. 둘째, 한화 측 인사의 KAI 임원·대표이사 겸임 여부다. 이는 재심사를 부르는 명시적 신호다. 셋째, 한화의 경영 참여 관련 공시다. 보유 목적과 실제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하는 지표가 된다. 지금 단계에서는 이 세 가지가 확정 신호 없이 열려 있다. 공정위가 지배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지금은, 재편이 주가에 확정 재료로 반영되기 전 단계라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지분율 숫자만으로 재편이 끝났다고 보기 이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