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은 상반기 8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6월 말부터 한 달간 8582억원을 순매수하며 방향을 틀었고, 그 중심은 1조원 넘게 담은 SK하이닉스였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올린 만큼 하반기 매도 압력이 줄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다음 업종을 예측하기보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연기금 순매수 상위종목을 직접 확인해 흐름의 지속성을 보는 편이 낫다.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은 올해 상반기 내내 순매도 주체였다. 1월 2일부터 7월 29일까지 누적 8조1820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도체 랠리로 불어난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는 리밸런싱 성격이 컸다.
그런데 최근 흐름이 달라졌다. 6월 29일부터 7월 29일까지 한 달 동안 연기금은 858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년간의 매도 기조가 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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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한 달 동안 연기금이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SK하이닉스로 1조1090억원어치였다. 특히 주가가 급락한 7월 28~29일 이틀에만 7287억원을 사들였다. 값이 빠질 때 오히려 물량을 받은 셈으로,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매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다음은 SK이노베이션 2494억원, 셀트리온 1998억원, S-Oil 1844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1525억원 순이었다. 반도체 한 종목이 압도적으로 크고, 나머지는 정유·바이오로 분산된 모습이다.
이런 매수 쏠림은 시장 전체의 온도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기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끌어올리며 상승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올해 5월 말 누적 수익률이 26%를 넘긴 것도 이 반도체 강세가 큰 몫을 했다. 연기금이 급락 구간에서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담은 것은, 이 상승 재료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연기금이 다음에 어떤 업종을 담을지에 쏠린다. 다만 특정 업종을 콕 집어 예측하기보다, 매수 여력이 왜 생겼는지를 보는 편이 실전에 가깝다.
배경에는 목표비중 조정이 있다. 국민연금은 5월 28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올렸다.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이는 계획대로라면 국내주식을 대거 팔아야 했던 부담을 던 조치다. 목표치가 높아진 만큼, 하반기 연기금의 국내주식 순매도 압력은 상반기보다 줄어들 여지가 있다.
여기서 확정과 가능성을 구분하자. 순매수 전환과 SK하이닉스 집중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 흐름이 어느 업종으로 확산될지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최근 매수 종목이 반도체·정유·바이오에 걸쳐 있다는 점 정도가 참고할 만한 단서다.
남의 요약을 기다리지 말고 원본을 보는 게 빠르다.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들어가 통계 → 거래실적 →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종목으로 이동한 뒤, 투자자 구분에서 '연기금'을 선택하고 날짜를 지정하면 그날 연기금이 사고판 종목을 순위로 확인할 수 있다.
일별 흐름만 빠르게 보려면 네이버 금융 등의 종목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투자자별 매매동향'도 쓸 수 있다. 다만 국내 통계의 '연기금'은 국민연금 외에 다른 기금까지 합산된 값이라, 국민연금 단독 매매로 단정하지는 말자.
수급을 볼 때 기준은 하나다. 하루치 순매수에 반응해 따라 사기보다, 며칠에서 몇 주에 걸친 방향이 유지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연기금 같은 대형 주체는 단발 매매보다 지속되는 흐름에서 의미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