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매판매가 2.4% 줄고 생산은 보합이었지만 8월 31일 코스피는 0.46% 오른 6820.02에 마감했다. 그날 지수를 움직인 것은 국내 실물 지표가 아니라 미국 금리 부담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수급이었다. 매크로 지표 발표일에는 예상 대비 서프라이즈 여부, 발표 시각과 지수 흐름의 타이밍, 투자자별 수급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8월 31일 오전 8시, 국가데이터처는 7월 산업활동동향을 내놨다.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4% 줄었고 전산업생산은 보합에 그쳤다. 소비 둔화가 뚜렷한 지표였다. 그런데 그날 코스피는 31.14포인트, 0.46% 오른 6820.02에 마감했다. 부진한 실물 지표와 오른 지수. 언뜻 어긋나 보이는 이 조합이 오늘의 핵심이다.

Jakub Pabis
장 시작부터 보면 답이 보인다. 코스피는 이날 2.58% 내린 6613.58로 출발해 장 초반 낙폭을 3%대까지 키웠다. 하락을 이끈 것은 미국발 금리 상승 부담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 우려였다. 국내 소비 통계가 아니라 바깥에서 온 악재였다.
반등의 동력도 국내 지표와 무관했다. 삼성전자가 200만주, SK하이닉스가 65만주 자사주 장내매수를 공시하자 기타법인이 1조5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1.17% 오른 26만원, SK하이닉스는 1.27% 오른 167만4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기관·개인은 모두 순매도였고, 자사주 매입 주체가 시장을 떠받쳤다.
실제로 이날 증시 시황 기사에서 산업활동동향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지수를 설명하는 변수는 미국 금리와 반도체, 그리고 자사주였다. 같은 날 코스닥은 4.12포인트, 0.49% 내린 834.29에 마감해 대형 반도체주가 몰린 코스피와 방향이 갈리기도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시점 차이다. 산업활동동향은 이미 지나간 7월의 기록이다. 게다가 이번 소비 감소는 6월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 성격이 컸다. 시장이 놀랄 만한 새 정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둘째, 지수의 구성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는 반도체가 크게 차지한다. 국내 소비가 줄어도, 수출과 반도체 업황·환율·미국 금리가 지수를 더 크게 흔든다. 소매판매 부진이 백화점·유통주엔 부담이어도 지수 전체 방향을 정하진 못한다. 오히려 이번 지표에서 설비투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7.5% 늘어난 대목이 유통 소비 둔화보다 대형주 흐름과 결이 맞았다.
지표 발표일을 관전할 때는 다음을 순서대로 확인하면 헛다리를 덜 짚는다.
먼저 그 지표가 시장 예상 대비 서프라이즈였는지 본다. 예상 범위 안이면 지수는 대체로 반응하지 않는다. 이번처럼 기저효과로 설명되는 수치는 서프라이즈가 아니다.
다음으로 발표 시각과 지수 흐름의 타이밍을 맞춰본다. 장전 발표인데 장중 방향이 다른 이슈로 뒤집혔다면, 그날 등락의 원인은 지표가 아니다. 이날은 미 금리와 자사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별 수급을 본다. 이날처럼 외국인·기관이 팔고 기타법인이 받친 구조는 자사주 같은 일회성 수급의 흔적이다. 지표에 대한 시장의 진짜 평가는 지수 한 줄보다 수급과 업종별 등락에서 더 잘 드러난다. 실물 지표가 나빠도 지수가 오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수를 실물 경기의 성적표로 곧장 읽으면 안 된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