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은 10월 말 대우건설과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고, 대우건설은 산업통상부에 중재를 요청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약 5조원 규모로 기대됐던 시공 물량이 사라질 위험이 부각되면서 대우건설 주가는 이틀 새 20% 넘게 빠졌다. 지금은 재입찰 참여 여부, 산업부와 한수원의 공식 입장, 2027년 7월 신규 시공사 선정 일정이 주가 방향을 가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0월 29일 대우건설이 이끄는 컨소시엄과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같은 날 공사비 총액을 낮추고 물량 증가를 일부 수용한 수정 제안서를 낸 지 30분여 만에 결렬 소식을 언론 보도로 접했다고 주장한다. 공식 종료 공문은 하루 뒤인 10월 30일 받았다.
하루아침에 깨진 협상은 아니다. 양측은 지난해 6월 이후 15개월 동안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최고경영자 면담 2회를 거쳤다. 그만큼 이견이 깊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막판까지 좁혀지지 않은 양측 가격 차이는 1조원을 넘었다.
두코바니 사업은 1000MW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5·6호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는 약 4220억 코루나, 우리 돈 26조원 안팎이다. 대우건설이 맡기로 했던 시공 부분은 이 가운데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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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명확하다. 상세설계 단계에서 늘어난 공사 물량과 추가 업무의 비용을 누가 떠안느냐다. 한수원은 공사비를 미리 고정하는 총액확정계약을 요구했고, 대우건설은 설계를 맡지 않는 시공사에 증가한 물량을 비용 조정 없이 떠넘기는 구조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섰다. 유럽에 처음 짓는 APR1000의 공사 리스크를 시공사가 모두 지는 셈이라는 것이 대우건설 측 논리다.
대우건설은 11월 2일 입장문을 내고 산업통상부의 중재를 통한 재협상을 공식 요청했다. 사업을 하루빨리 정상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발을 뺐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대우건설로부터 중재 요청을 공식 접수한 바 없으며, 설령 받더라도 상업적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 간 협상을 중재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장관과 차관이 매주 사업 현안을 점검하는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했다. 중재라는 출구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는 점은 투자자가 기대를 걸기 전에 확인해 둘 대목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결렬 당일 직격탄을 맞았다. 10월 29일 장중 23.27% 급락한 1만950원까지 밀렸고, 종가는 18%대 하락한 1만1600원대에서 마감했다. 이튿날에도 5% 가까이 더 내려 1만1000원 선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현대건설이 10% 넘게 빠지는 등 원전 관련주가 동반 급락했고, 두산에너빌리티도 8% 안팎 하락했다.
낙폭이 컸던 배경에는 그동안 쌓인 기대가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연간 신규 수주 목표를 18조원에서 27조원으로 올리면서 체코 두코바니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제시했고, 원전 모멘텀을 타고 주가는 한때 2만원 부근까지 올랐다 조정받은 상태였다. 이번 급락은 그 기대 가운데 상당 부분을 되돌린 것으로 보는 편이 맞다. 증권가에서도 KB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바꿔 말하면 수주 무산이라는 1차 충격은 가격에 빠르게 들어왔다. 지금 주가가 추가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결렬 자체보다 그 다음 단계, 즉 재입찰과 소송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사업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수원은 경쟁입찰로 새 시공사를 뽑아 2027년 7월까지 선정을 마칠 계획이고,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모두 재입찰에 참여할 길은 열려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재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12월 맺은 원자로·터빈 등 주기기 공급계약은 시공계약과 별개로 그대로 진행된다. 원전주를 묶어 팔 이유와 각 종목을 따로 볼 이유가 갈리는 지점이다.
보유자나 매수를 저울질하는 투자자라면 다음을 순서대로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재입찰에서 대우건설이 더 나은 조건으로 다시 들어온다면 기대는 복원될 수 있지만, 유찰이나 장기 지연이 확인되면 반대 방향이다. 어느 쪽이든 공시와 정부 발표가 나오기 전에 결렬 전 주가로 돌아갈 것이라 단정하기는 이르다. 지금은 숫자보다 다음 일정표를 들고 기다릴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