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스페인 인드라시스템즈와 최소 6,600억 원 규모 K9 자주포 실행계약을 맺어 서유럽에 처음 진출했다. 자체 방산기반이 강한 서유럽을 뚫은 상징성은 크지만, 계약 규모 자체가 회사 전체 수주잔고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방산 수출을 주가 재료로 볼 때는 확정계약 여부와 후속 물량 가능성, 이미 주가에 반영됐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8월 31일 스페인 방산업체 인드라시스템즈와 K9 자주포 수출 실행계약을 공시했다. 실행계약은 의향서(MOU)나 우선협상 단계와 달리 매출로 잡히는 확정 계약이다. 규모는 최소 6,6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수량과 납기는 계약 상대 요청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돈이 도는 방식도 명확하다. 계약 직후 대금의 20%가 선급금으로 들어오고, 연내 5%가 추가된다. 이번 계약은 총 7조7,0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스페인 포병 현대화 프로그램의 일부다. 전체 프로그램에서 한화가 어디까지 가져가느냐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Vito Goričan
K9은 이미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튀르키예, 이집트, 호주, 인도 등에 팔렸다. 스페인은 11번째 수출국이다. 숫자만 보면 한 곳이 더 늘어난 정도지만, 시장의 성격이 다르다.
그동안 K9의 주력 시장은 북·동유럽과 중동, 아시아·태평양이었다. 최대 수출처인 폴란드처럼 안보 위협은 크지만 자체 자주포 생산 기반이 약한 나라들이 주된 고객이었다. 반면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 같은 서유럽은 자체 방산기업과 무기체계 기반이 탄탄해 외국산이 뚫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그 서유럽에 처음 들어갔다는 점이 이번 계약의 상징성이다. 자국산을 밀어낼 이유가 분명해야 계약이 성사되는 시장이라, 성능과 납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인드라가 140여 개국에 걸친 네트워크를 가진 만큼, 회사는 이를 중남미 등으로 넓히는 교두보로 보고 있다.
수출 계약 뉴스가 곧바로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재료의 무게는 몇 가지로 갈린다.
첫째, 확정 계약인가다. 이번은 실행계약이라 실적에 반영된다. MOU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였다면 기대감에 그친다.
둘째, 규모가 회사 체급에서 의미 있는 비중인가다. 6,600억 원은 상징성이 크지만, 이미 대규모 수주잔고를 쌓아둔 회사의 분기 실적을 단번에 흔들 크기는 아니다. 숫자 자체보다 전체 수주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봐야 한다.
셋째, 후속 물량이 열려 있는가다. 스페인 프로그램 전체가 7조 원대이고 인드라 네트워크를 통한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이번 계약을 일회성이 아닌 시작점으로 볼 근거가 된다.
넷째, 이미 주가에 반영됐는가다. 방산주는 계약 기대감이 미리 오르는 경우가 많다. 확정 시점에 오히려 재료가 소멸하며 차익 실현이 나오기도 한다. 발표 전 주가 흐름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정리하면, 신규 시장을 열었다는 사실과 후속 확장 여지가 이번 계약의 진짜 값어치다. 6,600억이라는 금액 하나만 보고 재료의 크기를 재면 방향을 놓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