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 3일 세제개편안에서 ISA 만기를 최장 5년으로 줄이고 납입한도 이월을 없애려다, 청년·개인투자자 반발에 나흘 만에 재검토를 지시하고 기존안을 "없던 일로" 돌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주가누르기 방지법과 함께 국장 유도를 겨냥한 정책이 잇따라 뒤집히며 설계 부실과 정책 신뢰 문제가 드러났다. 기존 ISA 혜택은 당분간 유지되지만, 9월 국무회의에 오를 수정안에서 만기·이월 조건과 국내주식 전용 생산적금융 ISA 신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8월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구조를 손보려 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무제한이던 계좌 만기를 최초 3년에 연장을 더해 최장 5년으로 묶고, 연 2000만 원인 납입한도의 미사용분을 다음 해로 넘기는 이월을 없애는 안이었다.
대신 국내 자산만 담는 '생산적금융 ISA'를 새로 만들어, 국내 상장주식과 주식형 펀드 등에서 나오는 이자·배당을 한도 없이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했다. 기존 ISA의 비과세 한도가 일반형 200만 원, 서민형 400만 원이고 초과분은 9%대 세율로 분리과세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파격이다. 국내 증시로 돈을 끌어들이려는 이른바 '국장 유도' 설계였다.
두 계좌의 조건 차이를 정리하면 방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 항목 | 일반 ISA(개편안) | 생산적금융 ISA |
|---|---|---|
| 투자 대상 | 국내·해외 자산 | 국내주식·펀드 한정 |
| 비과세 | 200만~400만 원 | 전액(한도 없음) |
| 만기 | 최장 5년으로 축소 | 최장 10년 |
해외 자산을 담을 수 있는 기존 계좌의 혜택은 조이고, 국내주식만 담는 계좌에는 전액 비과세를 얹은 구조다. 혜택의 무게중심을 국장 쪽으로 옮기려는 의도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Photo by jerry chen on Unsplash
반발은 기존 ISA를 해외 ETF 장기투자 창구로 써온 투자자에게서 터졌다. 이들은 남는 한도를 이월해 여윳돈이 생길 때 몰아 넣고, 만기를 계속 연장하며 비과세로 목돈을 굴리는 방식을 쓰고 있었다. 만기 5년 제한과 이월 폐지는 이 두 가지 유연성을 동시에 걷어내는 조치였다.
특히 청년층이 강하게 반응했다.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고, 소득이 불규칙해 한 해에 한도를 다 못 채우는 사람일수록 이월 폐지의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상황점검회의에서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결국 정부는 기존안을 "없던 일로" 돌리고 혜택을 원래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소동을 ISA 하나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국내 증시로 자금을 유도하려 내놓은 정책들이 잇따라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칼럼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이후 변동성지수가 크게 뛰고 코스피 시가총액이 대규모로 줄었다는 점을 들며, 레버리지와 ISA, 주가누르기 방지법이 모두 투자자를 국장으로 끌어들이려다 오히려 시장 혼란과 정책 불신을 키웠다고 짚었다.
발표 나흘 만의 재검토, 그 뒤 이어진 정부 해명자료 수십 건은 개편안이 얼마나 급하게 나왔는지를 보여준다. 방향이 옳아도 설계가 성글면 시장은 먼저 흔들린다. 이번 백지화의 본질은 혜택 축소 자체보다, 국장 유도라는 목표를 뒷받침할 정교한 설계가 없었다는 데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당장 달라지는 건 없다. 기존 ISA의 비과세 한도와 만기 연장, 이월 규칙은 개편안이 접히면서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미 계좌를 굴리고 있다면 서둘러 해지하거나 납입 전략을 바꿀 이유는 없다.
다만 이건 확정된 결말이 아니라 원점 재검토다. 정부는 수정안을 8월 중순까지 만들어 9월 초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안에서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만기 5년 제한과 이월 폐지가 완전히 사라지는지 아니면 완화된 형태로 다시 담기는지. 둘째, 국내주식 전용 생산적금융 ISA 신설안이 그대로 살아남는지 여부다. 이 계좌가 도입되면 국내주식 위주 투자자에게는 전액 비과세라는 새 선택지가 생긴다. 셋째, 시행·일몰 시점이다.
지금은 답을 정할 때가 아니라 9월 발표를 기다리는 구간이다. 기존 혜택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확정, 앞으로의 구조는 전망이라는 점을 구분해두는 편이 낫다. 나흘 만에 뒤집힌 전례가 있는 만큼, 확정 문구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개편안도 최종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실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