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은 2026년 10월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1조원 넘는 공사비 이견 끝에 종료했다. 끊긴 것은 시공계약뿐이고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기기 공급계약은 그대로 남아 있어 참여 기업마다 타격의 결이 다르다. 투자자는 결렬 자체보다 기수행 비용 정산과 법적 분쟁, 그리고 내년 재입찰 일정이 지켜지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한다.

한수원은 10월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시공계약 협상을 끝냈다고 발표했다. 2025년 6월 주계약을 맺은 뒤 약 15개월간 실무회의 78차례, 이견조정위원회 11차례, CEO 면담 2차례를 거치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끊긴 범위다. 종료된 것은 건설 공사를 맡는 시공계약이고, 설계·주기기·핵연료·정비 같은 다른 계약은 별개다. 27조원짜리 사업 전체가 무산된 것이 아니라 한 축이 빠진 상황으로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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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공사비를 누가, 어떻게 책임지느냐였다. 한수원은 기본설계가 확정되는 시점에 총공사비를 묶는 총액확정 방식을 요구했다. 발주사와 총액으로 계약한 만큼 시공 단계에서 정산 방식을 쓰면 늘어난 비용을 한수원이 떠안는다는 논리다.
컨소시엄은 반대였다. 상세설계에서 물량이 늘면 그만큼 실비로 정산해 달라고 했다. 설계 권한이 없는 시공사에 설계 변경 비용까지 떠넘기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최일경 한수원 사업총괄본부장은 양측 가격 차이가 1조원을 넘었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은 29일 손실을 감수한 최종 수정안을 냈지만, 한수원이 10월 7일 계약 조건을 바꿔 통보하고 연말까지의 검토 기간 연장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는 외부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두 회사가 같은 배를 탔지만 받는 충격은 같지 않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시공사이면서 원자로설비와 터빈발전기 같은 주기기 공급사다. 이미 체결된 수조원대 주기기 공급계약은 이번 종료와 무관하게 유지된다. 두산 입장에서 실적의 핵심인 주기기가 남아 있다는 점은 결렬의 직접 타격을 줄이는 요인이다.
대우건설은 사정이 다르다. 이 사업에서 대우건설의 몫은 사실상 시공이었고, 그 계약이 끊겼다. 당장은 이미 수행한 업무의 비용을 정산받고 설계 성과물을 넘기는 협의가 남는다. 이 과정이 소송이나 가처분 같은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리하면 결렬이라는 같은 사건이라도, 계약 구조상 두산의 노출은 제한적이고 대우건설의 노출은 더 직접적이다.
팀코리아에는 설계를 맡은 한전기술, 핵연료의 한전원자력연료, 시운전·정비의 한전KPS도 들어 있다. 이들의 계약은 시공계약과는 별개 영역이어서 종료 자체의 직접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다. 다만 공사 일정이 밀리면 매출을 인식하는 시점도 함께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부분이다. 사업 지연이 길어질수록 이 간접 경로의 비중이 커진다.
주가는 이미 알려진 결렬보다 그다음에 반응하기 쉽다. 순서대로 짚으면 이렇다.
첫째, 한수원과 컨소시엄 사이에 법적 분쟁이 실제로 벌어지는지, 기수행 비용 정산 규모가 얼마로 잡히는지다. 이 숫자가 대우건설 관련 불확실성의 크기를 정한다.
둘째, 재입찰 일정이다. 한수원은 내년 1월 잠재 시공사 설명회, 4월 입찰공고, 7월 신규 계약 체결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일정이 지켜지는지가 공기 지연 우려를 키울지 가를 1차 신호다.
셋째, 새 입찰에 대우건설이 다시 들어오는지, 외국 건설사가 참여하는지다. 넷째, 한수원이 이번과 같은 총액확정 방식을 고수하는지다. 조건이 그대로면 새 시공사와도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끝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기기 공급 일정과 2028년 1월로 예정된 부지정지 등 전체 공정이 흔들리지 않는지다. 결렬 소식에 대한 첫 반응보다, 이 지표들이 어느 방향으로 확정되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