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 26일 공청회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하는 설계안을 공개했고, 남부권은 최대 18원 인하하는 반면 수도권 남부는 사실상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이다. 이 구조에서는 '전력을 많이 쓰는 업종'이 아니라 '공장이 어느 권역에 있느냐'가 유불리를 가른다. 확정안이 나올 때 권역 경계와 인하 폭, 수도권 인상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매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8월 26일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산업용 지역 요금제 공청회를 열고 설계안을 공개했다. 발전소가 몰려 전력을 자체 조달하는 지역은 요금을 낮추고, 전력을 끌어다 쓰는 수요 집중 지역은 요금을 그대로 두거나 올리는 것이 골자다.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2023년 국회를 통과해 2024년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역별 차등 요금의 법적 바탕이다.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까지 보내는 과정에서 드는 송전 인프라와 전력 손실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논리다. 여기에 수도권 전력 수요 집중 완화와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이 얹혀 있다.

Kerim Eveyik
투자자 입장에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전력을 많이 쓰는 업종이면 다 수혜라는 생각이다. 이번 설계안 구조를 보면 그렇지 않다.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그 회사 공장이 어느 권역에 있느냐로 갈린다.
공개된 설계안은 전국을 4개 광역권을 기본으로 11개 지역까지 세분한다. 지역별 인하 폭은 아래와 같이 제시됐다. 다만 이는 공청회에서 공개된 안이며 아직 확정된 수치가 아니다.
| 권역 | 최대 인하폭(원/kWh) |
|---|---|
| 남부권 | 18 |
| 중부권(강원·충청) | 15 |
| 수도권 북부(인천) | 10 |
| 수도권 남부 | 유지~약 1 |
현재 산업용 전기 평균 판매단가가 1kWh당 181.9원이니, 남부권 최대 인하는 약 10%에 해당한다. 이 표를 산업에 대입하면 셈법이 분명해진다. 포항·광양처럼 남부권에 주력 제철소를 둔 철강업은 인하 폭이 가장 큰 구간에 들어간다. 반면 화성·평택·이천 등 수도권 남부에 핵심 공장이 몰린 반도체는 같은 전력 다소비 업종이어도 요금 변화가 거의 없는 구간이다. '다소비 = 수혜'가 아니라 '남부권 다소비 = 수혜'에 가깝다.
한 가지 더 짚을 대목이 있다. 정부는 이 제도로 한전이 추가 손실을 보지 않도록, 인하분과 인상분을 상쇄해 전체적으로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되게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누군가의 요금이 내려간 만큼 다른 지역은 올라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부담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대신 수도권으로 옮겨갈 여지가 생긴다. 수도권에 전력 다소비 사업장을 둔 기업이라면 요금이 동결에 그치지 않고 인상 쪽으로 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여기에 정부는 전력시장 도매가격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고 재정지원을 병행한다고 밝혔다. 소매 요금표 하나만 볼 게 아니라 도매가 구조까지 함께 봐야 실제 비용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배경엔 가격 경쟁력 문제도 깔려 있다. 한국 산업용 전기는 kWh당 180원대인데 중국은 12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력비가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일수록 이 격차가 곧 마진 격차로 이어진다. 지역 차등은 그 격차를 지방 사업장 중심으로 일부 좁혀주는 카드인 셈이다.
지금 나온 건 설계안이다.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근거 고시와 전기요금약관 개정을 거쳐야 확정되며, 정부는 연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 판단을 위해서라면 확정안에서 다음 네 가지를 확인하는 편이 실용적이다.
첫째, 권역 경계다. 관심 기업의 주력 공장이 인하 구간에 실제로 포함되는지 지도를 대조해야 한다. 둘째, 최종 인하·인상 폭이다. 설계안의 18원이 그대로 갈지, 축소될지에 따라 원가 절감 규모가 달라진다. 셋째, 수도권 인상 여부와 폭이다. 수혜주뿐 아니라 부담이 늘 기업도 함께 봐야 한다. 넷째, 전력 도매가 지역 차등의 병행 여부다. 소매 요금과 도매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효과가 온전히 나타난다. 연간 약 2조8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산업계 부담 경감이 어느 업종, 어느 지역으로 흘러가는지가 이 네 가지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