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기뢰 피격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11달러를 넘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유가 상승이라도 정유·유조선 해운에는 수혜, 항공에는 비용 부담으로 방향이 갈린다. 단기 테마 급등과 실제 실적 개선을 가르려면 정제마진과 유조선 운임이 유지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20일 국제유가가 다시 뛰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 2척이 기뢰에 부딪혀 불이 났다고 밝히면서, 뉴스핌 보도 기준 WTI 11월물은 장중 배럴당 109달러, 브렌트유 12월물은 111달러를 넘었다. 브렌트유 기준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이 뉴스에 어떤 종목을 봐야 하느냐다. 유가가 오르면 증시 전체가 흔들리지만, 업종별로는 방향이 정반대로 갈린다. 정유와 해운은 수혜 기대가, 항공은 비용 부담이 먼저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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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는 원유를 사서 휘발유·경유로 가공해 판다. 유가가 오르면 이미 사둔 재고의 평가이익이 늘고, 제품 가격도 따라 오르면 정제마진이 벌어진다. 지난 3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극동유화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던 것도 이 기대 때문이었다.
다만 재고이익은 일회성에 가깝다.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원유값 상승분보다 제품값이 더 올라 정제마진이 유지돼야 한다. 유가만 뛰고 제품 수요가 못 따라오면 마진은 오히려 눌린다.
항공사는 유류비가 전체 비용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유가 상승은 바로 비용으로 돌아온다. KB증권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 영업이익이 약 1,986억원 악화한다고 추산했다. 3월 공습 당일 대한항공은 10%, 제주항공은 7% 내렸다.
항공사가 운임을 올려 비용을 승객에게 넘길 수는 있다. 하지만 전가에는 시차가 있고, 그사이 실적은 먼저 깎인다. 유가 상승 국면에서 항공주가 앞서 조정받는 이유다.
해운은 한 묶음이 아니다. 이번처럼 호르무즈 통항이 막히면 유조선은 항로가 길어지고 환적이 늘어 운임이 뛴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하루 평균 수익은 9일 80만5천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공격받은 선박에는 국내 장금상선 소유 원유운반선도 있었다.
반대로 연료를 많이 쓰는 컨테이너선·벌크선에는 유가가 비용으로 돌아온다. "해운주가 오른다"는 뉴스가 떠도, 유조선 운임 상승인지 다른 이유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지정학 뉴스에 뜨는 주가는 대부분 기대가 먼저 반영된 것이다.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몇 가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업종별 방향은 비교적 뚜렷하다. 정유·유조선 해운에는 호재, 항공에는 악재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공급 차질이 단기에 끝나면 대부분 테마성 급등에 그친다. 급등한 종목을 쫓기 전에 정제마진과 운임이 실제로 버티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