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외국인은 닷새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3조원을 순매도했고 코스피는 이달 18.83% 급락했다. 수급은 외국인·기관·개인의 하루 숫자가 아니라 추세와 규모, 현물·선물 구분까지 봐야 방향을 바로 읽을 수 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동시 매수 같은 착시를 걸러내고, 순매도 둔화가 며칠 이어지는지 확인한 뒤 반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18.83% 빠졌고, 많은 투자자가 그 원인을 외국인 순매도에서 찾는다. 실제로 외국인은 10월 중순 닷새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3조원을 팔아치웠다. 하루에만 2조원 넘게 순매도한 날도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이 팔았다"는 한 줄만 보고 방향을 판단하면 자주 틀린다. 수급은 누가, 얼마를, 얼마나 오래, 어떤 수단으로 샀고 팔았는지를 같이 봐야 읽힌다.
Photo by Jakub Żerdzicki on Unsplash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data.krx.co.kr)의 '투자자별 거래실적'에서 외국인·기관·개인 세 주체의 순매수 금액을 날짜별로 조회할 수 있다. 증권사 MTS나 HTS에도 '투자자별 매매동향' 메뉴가 거의 다 들어 있다.
핵심은 현물과 선물을 나눠서 본다는 점이다. 외국인이 현물 주식을 팔면서 선물을 사면 방향이 엇갈린 것이라 단순히 "매도"로 묶으면 안 된다.
하루 순매수 전환은 추세 전환이 아니다. 급락장에서는 반등을 노린 단기 매수가 하루치 숫자를 뒤집었다가 다음 날 다시 팔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하루보다 며칠~몇 주의 누적 방향이 먼저다.
규모도 절대 금액만 보면 착시가 생긴다. 같은 1조원이라도 거래대금이 큰 날과 작은 날의 무게가 다르다. 10월 중순의 약 13조원이 무거웠던 건 닷새라는 짧은 기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금액은 거래대금이나 시가총액과 견줘 상대적으로 읽는 게 안전하다.
세 주체는 성격이 다르다. 외국인은 환율과 글로벌 자금 흐름에 민감하고 대형주 비중이 커서, 이들의 매도는 지수 전반을 끌어내린다. 기관 중 연기금은 급락 때 지수를 떠받치는 매수로 자주 등장한다.
개인은 해석이 가장 까다롭다. 이달 개인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14종을 3,154억원어치 사들이며 반등에 베팅했는데, 7월 말 규제가 강화된 뒤 처음 나온 순매수 전환이었다. 개인의 쏠림이 바닥 신호인지 추가 하락의 전조인지는 그 자체로 단정하기 어렵고, 외국인·기관과 반대로 움직이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동시에 사는 건 방향성 베팅이 아니다. 이달 외국인은 KODEX 레버리지를 1,483억원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거꾸로 추종하는 '곱버스'도 513억원 사들였다. 상승·하락에 양쪽으로 걸어 변동성을 분산한 것이라, 이걸 "외국인이 상승에 베팅"으로 읽으면 오독이다.
둘째, 프로그램 매매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지수 차익거래에서 나온 매도는 선물·현물 가격 차이를 노린 기계적 매매라, 방향성 매도와 성격이 다르다.
셋째, 하루 순매수를 추세 전환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추세 우선' 원칙과 같은 맥락이다.
수급에서 바닥을 가늠하려면 외국인 순매도의 둔화가 며칠 이어지는지, 기관이 동반 매수로 받쳐주는지, 거래대금이 회복되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 실제로 23일 무렵 외국인 매도세는 다소 진정됐다.
다만 하루 이틀의 진정을 반전으로 단정하긴 이르다. 증권가는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낼 국내 매수 기반이 아직 취약하다고 본다.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도 5,100~6,400으로 넓게 제시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과 29일 미국 FOMC가 변수로 꼽힌다. 수급 지표는 방향을 '확인'하는 도구이지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다. 추세가 바뀌는지 며칠 더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