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코스피가 3.99% 급락하는 사이 외국인과 기관은 4조원 가까이를 팔았고 개인은 2조3,023억원을 순매수했다. 매도의 방아쇠는 국내 실적이 아니라 국제유가와 주요국 금리의 동반 급등이라는 대외 위험회피였다. 수급의 방향보다 왜 팔렸는지, 그 이유가 내 종목에 유효한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9월 2일 코스피는 273.08포인트(3.99%) 내린 6,562.72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이 1조9,195억원, 기관이 2조433억원을 순매도했다. 두 주체를 합치면 약 4조원이 하루 만에 시장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반대편에서 개인은 2조3,02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를 떠받치지는 못했다. 코스닥도 2.10% 내린 803.98로 함께 밀렸다. (순매도 세부 수치는 매체별로 수백억원가량 차이가 있다.)

Nuhyil Ahammed
외국인과 기관이 같은 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이유는 국내 기업 실적에 있지 않았다. 방아쇠는 바깥이었다. 국제유가와 주요국 국채 금리가 함께 뛰면서 위험을 줄이려는 심리가 커졌다.
고유가와 고금리는 위험자산을 덜 매력적으로 만든다.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 압력이 커지고, 그러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오래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안전한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굳이 변동성 큰 주식을 들고 있을 이유가 줄어든다. 외국인과 기관 같은 큰손은 한국만 콕 집어 판다기보다, 이런 국면에서 위험자산 비중 전체를 기계적으로 낮춘다.
주목할 대목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1.7원 내린 1,368.7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대거 팔았는데도 원화가 약해지지 않은 셈이다. 이는 이번 매도가 한국 자산 자체를 등지는 자금 이탈이라기보다, 위험 국면에서 비중을 조절하는 성격에 가깝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개인은 떨어지는 물량을 받아냈다.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것으로 보인다. 기타법인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1조6,504억원으로 지수 하단을 함께 받쳤다.
그러나 개인의 2조원대 순매수로 4조원의 매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매수 주체가 있었는데도 지수가 4% 가까이 빠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날 매도의 무게를 보여준다.
개인이 계속 물량을 받는 데는 구조적 사정도 있다. 키움증권 분석으로 7,000포인트 위에서 개인이 사들인 물량만 약 87조원이다. 이미 높은 값에 들어온 개인이 많다 보니, 하락 때 평균 단가를 낮추려는 추가 매수가 나오기 쉽다. 다만 이 매수가 지수를 밀어 올린 힘으로 이어졌는지는 이번 급락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수급은 그날 누가 얼마를 샀고 팔았는지를 알려줄 뿐, 왜 그랬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생긴다.
외국인이 팔았다고 곧 한국 기업이 부실하다는 신호로 읽으면 이번 같은 경우 틀린다. 원인이 대외 변수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인이 대거 샀다고 반등이 예약되는 것도 아니다. 이날처럼 개인 순매수가 지수 하락을 막지 못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수급은 판단의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매매를 정하기 전이라면 다음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세 질문에 답이 서지 않는다면, 하루 수급 방향에 맞춰 급하게 사고파는 것은 근거가 얕은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