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국산 비만약 에페가 10월 7일 허가를 받고 10월 말부터 주 1회 주사제로 처방에 들어갔다. 첫 달 공급가는 마운자로의 절반 수준이지만 용량을 올리면 월 30만원대로 경쟁약과 격차가 좁혀져, 가격 우위가 투약 초기에 집중돼 있다. 수혜는 '싸다'가 아니라 처방 확산·장기 유지율·유통 구조에서 갈리므로 개발사와 유통 관련주를 구분해 봐야 한다.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가 10월 7일 식약처 허가를 받고 10월 말부터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처방에 들어갔다. 국산 신약 45호이자 국내에서 개발·허가된 첫 GLP-1 계열 비만약이다. 주 1회 피하주사이며 용량은 2·4·6·8·10mg 다섯 단계로 나뉜다.
투자자가 먼저 걸러야 할 건 "싸니까 팔린다"는 단순한 공식이다. 에페의 가격 우위는 투약 첫 달에 몰려 있다. 처방이 늘어도 그 할인폭이 유지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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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에 알려진 공급가 기준으로 보면 구조가 분명하다. 시작 용량인 2mg은 1회 2만4200원, 최고 용량 10mg은 7만4800원이다. GLP-1 비만약은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몸이 적응하면 용량을 올리는 방식이라, 투약 단계가 올라갈수록 월 비용도 함께 뛴다.
| 투약 단계 | 에페 4주 공급가 | 경쟁약(최저 용량 4주) |
|---|---|---|
| 첫 달(2·4mg) | 약 13만원 | 마운자로 약 27만·위고비 약 20만 |
| 5~12주(6·8mg) | 약 23~28만원 | — |
| 유지(10mg) | 약 30만원 | 위고비 초기가 약 37만 |
첫 달 공급가 12만9800원은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 최저 용량의 절반 수준이다. 헤드라인의 '반값'은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유지 용량인 10mg까지 올리면 월 공급가가 30만원대에 이른다. 마운자로·위고비의 유지 단계 가격과 격차가 크게 좁혀진다.
한미약품은 이 공급가가 환자의 최종 부담금과 같지 않다고 밝혔다. 비만약은 비급여라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하고, 의료기관 처방비가 얹힌다. 투자 판단에서 '첫 달 반값'을 유지 단계 할인으로 확대 해석하면 안 된다.
에페는 국내 3상(448명)에서 40주 투약 후 평균 9.75% 체중을 줄였다. 위약 효과를 뺀 간접 비교에서는 에페 -8.13%(40주), 위고비 -8.5%(44주)로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10% 이상 감량한 환자 비율은 에페 49.46%(40주 중간분석), 위고비 69.1%, 마운자로 15mg 84%로 벌어진다.
이 숫자를 그대로 줄 세우면 오해를 부른다. 임상 대상과 추적 기간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에페는 64주 임상의 40주 중간 결과이고, 경쟁약은 68~72주 최종치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효능 우열은 확정이 아니라 전망으로 봐야 한다. 이상반응에서는 40주 기준 오심 16.72%, 구토 11.71%가 보고됐고, GLP-1 계열 공통으로 담석·췌장염 등도 추적 대상이다.
가격이 매출이 되는 길목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비급여 전액 부담 구조에서 첫 달이 아니라 누적 치료비를 낮춰야 한다. 한 업계 칼럼은 "첫 달 비용만 낮춘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장기 치료비 부담을 진짜 벽으로 지목했다. 고비용 때문에 투약을 미루던 환자층을 끌어와야 처방이 숫자로 쌓인다.
둘째, 처방 확산 속도다. 위고비는 2024년 10월 출시 후 9개월간 DUR 기록 처방이 39만여 건, 마운자로는 출시 첫 달 1만8000여 건이었다. 에페가 이 흐름에 올라타려면 의료기관의 처방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유통 경로다. 초도 물량은 의료기관에 직접 공급되고 약국 유통은 연말로 예정돼 있어, 매출 반영 시점도 단계적이다.
같은 '에페 수혜'라도 종목별로 봐야 할 지점이 다르다.
정리하면 에페의 숫자는 '출시 이벤트'보다 '처방 데이터'에서 읽는 편이 안전하다. 가격표보다 월 단위 처방 추이와 유지율, 공식 환자 부담액 발표를 확인한 뒤 종목별로 수혜 경로를 나눠 보는 게 과장된 기대를 거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