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삼성전자는 16%, SK하이닉스는 31% 하락했지만 9월 반도체 수출은 사상 처음 600억 달러를 넘고 D램 가격도 신고가를 쓰는 등 실적 지표는 오히려 견조하다. 이번 급락은 실적 악화가 아니라 AI 투자 거품 우려로 기대가 꺾이고 외국인 수급이 쏠린 결과에 가깝다. 이익 추정치의 방향과 외국인 매매 흐름을 보면 추가 하락과 반등 신호를 구분할 수 있다.
지난 한 달 코스피는 16% 넘게 빠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6%, SK하이닉스는 31% 하락했고, 지난주 낙폭만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컸다.
하락 폭이 크다고 원인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주가가 빠지는 이유는 크게 둘이다. 회사가 실제로 돈을 못 벌게 됐거나(실적 악화), 돈은 잘 벌지만 시장이 미래에 걸었던 기대가 꺾였거나(기대 훼손). 이번 급락은 뒤쪽에 가깝다. 세 가지 지표를 순서대로 보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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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볼 것은 이익 전망이다. 실적이 나빠서 빠지는 장이라면 수출과 가격, 애널리스트의 이익 추정치가 함께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숫자는 반대로 가고 있다. 9월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603억 달러로 사상 처음 600억 달러를 넘었고, 메모리의 영업일 평균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42% 늘었다. D램 현물 가격도 신고가를 다시 쓰는 중이다. 분기 실적 전망치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을 가리킨다.
실적 지표만 놓고 보면 업황이 꺾였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 이번 하락이 '실적 악화'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무엇이 빠졌나. 주가는 지금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만큼 벌 것'이라는 기대를 미리 반영한다. 이 기대, 즉 밸류에이션이 흔들린 것이 이번 급락의 핵심이다.
방아쇠는 이른바 'AI 공포'다. 막대한 빚으로 짓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심이 커졌다. 미국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 값이 급락하며 2031년 만기물 수익률이 한때 16%를 넘었고, 이는 AI 투자에 낀 신용위험을 드러냈다. 여기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서버용 D램 시장에 들어오려는 움직임이 경쟁 심화 우려를 더했다.
정리하면 실적 숫자가 아니라 'AI 투자가 거품일 수 있다'는 기대의 조정이 멀티플을 끌어내렸다. 실적과 기대가 갈라선 장세인 셈이다.
마지막은 수급이다. 지난주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만 8조 832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도의 78.8%가 이 두 종목에 몰렸다는 뜻이다. 이달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는 17조 원을 넘었다.
흥미로운 건 환율이다. 외국인이 대거 팔면 보통 원화가 약해지는데,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1330원대로 2년 만에 최저로 내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수출기업이 벌어둔 달러를 내다 판 물량이 환율 하락의 80% 이상을 설명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매도와 수출기업 달러 매도가 맞물린 국면이다.
지금 성격이 '기대 훼손'이라면, 앞으로 방향은 기대가 더 꺾이느냐 되살아나느냐에 달렸다. 다음 신호를 나눠 보면 된다.
추가 하락을 의심할 신호:
반등을 기대할 신호:
증권가 의견은 갈린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비중을 늘리라는 쪽과, 변동성이 더 크다는 쪽이 공존한다. 다만 공통점은 하나다. 지금 주가를 움직이는 건 실적 숫자가 아니라 기대와 수급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 실적 발표와 외국인 매매 방향이 당분간 가장 중요한 확인 포인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