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항고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쟁의 제한 공정이 3개에서 9개로 늘며, 법원이 핵심 생산공정을 보안작업으로 보고 파업 중에도 가동하도록 했다. 연속공정 특성상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은 당분간 피했지만 노조 불복과 준법투쟁, 임금 협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가를 가를 진짜 변수는 파업보다 신규 수주 회복이므로 공급계약 공시와 2차 파업·협상 타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민사1부가 10월 16일 항고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넓혔다. 1심이 3개 공정만 제한했던 것을, 플라스크 배양부터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 원액 충전까지 생산 핵심 9개 공정으로 확대했다. 노조가 이를 어기면 위반 1회당 2000만 원을 내야 한다.
핵심은 법원이 이 공정들을 노동조합법상 '보안작업', 즉 원료와 제품의 변질·부패를 막기 위한 작업으로 봤다는 점이다. 그래서 파업 기간에도 평상시처럼 돌려야 한다고 결정했다. 위탁생산 의약품 중 국내 점유율 100%인 대체 불가 치료제가 포함돼 공급 차질의 파장이 크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 판단의 바탕에는 바이오 생산의 연속공정 특성이 있다. 세포 배양은 한번 시작하면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하고, 생산이 하루만 중단돼도 배양 중인 세포를 전량 폐기해야 한다. 멈추는 순간의 손실이 크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생산 연속성을 지키려는 사측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Rafael Minguet Delgado
노조는 결정에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21일 집회를 취소하고 26일로 예정했던 2차 전면파업도 변경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노조는 핵심 공정을 돌리더라도 새로 투입하는 배치(batch) 생산은 여전히 멈출 수 있어 효과가 늦어질 뿐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난 6일부터 이어지는 연장·휴일근무 거부 같은 준법투쟁이 있고, 임금 협상도 간극이 크다. 사측은 기본급 6.2% 인상과 일시금을, 노조는 기본급 9.5% 인상에 정액 300만 원과 영업이익의 15%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선에서 타결되든 인건비 부담은 실적에 반영된다.
생산 측면에서는 핵심 공정이 유지되는 만큼 당장의 가동률과 납기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1분기 매출 1조2571억 원, 영업이익 5808억 원으로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낸 흐름도 공장 풀가동이 뒷받침했다. 생산능력은 바이오플랜 어소시에이츠 기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더 신경 쓸 쪽은 수주다. 올해 공시된 신규 수주는 사실상 4월의 증액 계약 한 건(약 4755만 달러)에 그친다. 회사는 3월 신규 계약을 합쳐 2건이라고 설명하지만, 지난해 1~5월에만 CMO 계약 4건, 누적 약 24억9900만 달러를 따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었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길어지면 글로벌 고객사가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하거나, 빅파마와 규제기관이 이를 국내 바이오 산업 전반의 노사 리스크로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공장이 멈추는' 최악은 당분간 피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다만 주가를 끌어올릴 동력은 파업 종료보다 수주 회복 쪽에 가깝다. 2차 파업이 실제로 축소되고 신규 공급계약 공시가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면, 그때가 리스크가 걷히는 신호로 읽힌다.
판단에 필요한 신호는 공시에서 먼저 드러난다. 순서대로 점검하면 된다.
협상 타결 여부와 2차 파업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금은 결과를 단정하기보다, 위 공시들이 수주 회복과 갈등 완화 중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 확인하며 대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