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10월 16일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을 겨냥한 그레이엄법 제재 대부분을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앞선 디젤 제재 완화까지 겹치며 국제유가는 브렌트 105달러 선으로 소폭 내렸다. 면제는 러시아 원유의 세계 공급을 유지시켜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며, 원가가 낮아지는 화학·정유와 운임·연료비가 엇갈리는 해운의 셈법이 서로 달라진다. 다만 이 면제에는 종료일이 없어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으므로 국제유가와 OFAC 추가 발표, 의회 반발, 정제마진을 함께 봐야 한다.
유가를 끌어올리던 압력 하나가 이달 들어 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10월 16일 러시아산 에너지를 겨냥한 '그레이엄법'의 제재 조항 대부분을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흐름은 열흘 사이에 겹쳤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10월 9일 미국 내 디젤 공급 부족을 이유로 러시아산 디젤유 교역 제재를 완화했고, 이 소식이 전해진 10월 13일 국제유가는 소폭 내렸다. 브렌트유는 1.2% 내린 배럴당 105.35달러,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3% 내린 92.49달러에 거래됐다. 직전까지는 양대 유종이 하루 2달러 가까이 오르며 브렌트가 9월 중순 이후 최고 수준이던 상황이었다.
이 법은 원래 러시아를 조이는 장치였다. 러시아산 수입품에 최고 500%, 러시아 원유·가스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상위 5개국 상품에 최고 100% 관세를 물릴 수 있고, 제재를 피해 다니는 '그림자 선단' 선박까지 대상에 넣었다. 미 상원이 8월 7일, 하원이 9월 16일 통과시켰고 대통령이 9월 18일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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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이 법이 전면 시행됐을 때의 그림이다. 러시아는 세계 주요 원유 수출국이다. 상위 수입국에 고율 관세를 물려 러시아산 거래를 막으면 그만큼의 물량이 시장에서 빠지고, 유가는 크게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면제는 그 위협을 거둬들인다. 러시아 원유가 계속 흐르도록 두는 쪽이니 유가에는 내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10월 13일의 하락 폭이 1%대로 크지 않았던 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휴전이 실제로 지켜질지 시장이 반신반의했기 때문이다. 발표 뒤에도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습 보도가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일부 분석가는 휴전 전망에 회의적이었다.
유가가 내리면 업종마다 받는 영향이 다르다.
화학 업종에는 비교적 분명한 호재다. 원유와 납사가 원재료이므로 유가 하락은 그대로 원가 부담을 덜어 준다.
정유는 조금 더 복잡하다. 원유를 싸게 들여오는 건 좋지만, 유가가 내리면 휘발유·경유 같은 제품 가격도 함께 내려가기 쉽다. 결국 이익은 원유값과 제품값의 차이인 정제마진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유가 하락=정유주 호재'로 단순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해운은 방향이 갈린다. 유조선 쪽은 그림자 선단 제재가 강해질수록 합법 선박으로 수요가 몰려 운임에 유리했는데, 면제는 그 동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컨테이너·벌크선은 연료인 벙커유 값이 유가를 따라 내리면 비용이 줄어드는 쪽이다.
관세 100%의 표적인 상위 5개 수입국은 인도, 중국, 이탈리아, 터키, 네덜란드다. 한국은 여기 없다. 러시아 원유 수입을 직접 겨냥한 관세의 1차 사정권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무관하지는 않다. 한국의 9월 러시아산 LNG 수입량은 32만6천 톤으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았고, 금액으로는 약 2억5천만 달러였다. 제재 환경이 흔들릴 때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지점이다. 유럽연합의 러시아산 LNG 규제에서 한국·일본의 기존 계약 예외가 2028년 3월 말까지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하다.
이 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종료일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재무장관이 협의해 추가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만 효력을 갖는다. 바꿔 말하면 언제든 거둬들여 다시 제재로 돌아설 수 있다. 실제로 미 의원들은 이번 조치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막는 법에 어긋날 수 있다며 반발했다.
포지션을 잡고 있다면 다음을 함께 지켜보는 편이 안전하다.
면제가 유지되면 유가 안정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번복 리스크가 살아 있는 한 '한 방향 베팅'보다 지표를 확인하며 비중을 조절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