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부터 대기업집단의 공시의무 반복 위반 과태료가 최대 50%까지 가중된다. 가중의 초점은 금액보다 상습적으로 공시를 어기는 기업을 가려내는 데 있다. 투자 전 공정위 점검결과와 DART에서 해당 집단의 공시 위반·정정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공시의무 반복 위반에 매기는 과태료 가중 기준을 대폭 높였다. 개정 고시는 2026년 11월 9일부터 시행된다. 시행일 전에 공시기한이 지난 건은 종전 기준을 적용하므로, 가중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건 그 이후 공시분부터다.
핵심은 가중률 상향이다. 기존에는 최근 5년간 4~6회를 위반해야 10%, 7회 이상이어야 20%가 붙었다. 개정 기준은 반복 1회에 10%, 2회에 30%, 3회 이상에 50%를 더한다. 두 번만 반복해도 종전 최고치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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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 횟수 | 기존 가중 | 개정 가중 |
|---|---|---|
| 1회 | 없음 | 10% |
| 2회 | 없음 | 30% |
| 3회 이상 | 4~6회 10%, 7회 이상 20% | 50% |
위반 횟수를 셀 때 점검 연도에 적발된 건은 제외하고, 그 이전에 쌓인 전력만 따진다. 가중과 별개로 지연 공시 가산액은 유지된다. 기업집단 현황 공시는 하루 5만 원,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는 하루 10만 원씩 기본금액에 더해진다.
반대로 줄어든 것도 있다. 공시를 늦게라도 하면 지연 일수에 따라 20~75% 깎아 주던 감경, 처음 위반하거나 5년간 전력이 없을 때 주던 20% 감경, 소규모 회사의 기본금액 상한이 모두 폐지됐다. 감경 통로는 좁히고 반복에는 무겁게 매기는 방향이다.
투자자에게 과태료 액수 자체는 대기업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다. 2025년 점검에서 50개 집단 130개 계열사가 146건을 위반했지만 과태료 총액은 6억5825만 원이었다. 집단 한 곳으로 나누면 미미한 수준이고, 위반 건수 146건은 2020년 이후 가장 많았는데도 금액은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눈여겨볼 건 금액이 아니라 누가 반복하느냐다. 공정위가 2025년 12월 발표한 점검 결과를 보면, 최근 3년 연속 공시의무를 위반한 상위 집단은 한국앤컴퍼니그룹 28건, 태영 24건, 장금상선 21건, 한화 13건이었다. 2025년 한 해만 봐도 장금상선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공시를 반복해서 어긴다는 건 내부 통제나 준법 체계가 느슨하다는 방증에 가깝다. 사소한 지연이 해마다 쌓이는 회사라면 정작 중요한 정보도 제때 투명하게 나올지 의심해 볼 만하다. 가중 기준이 강해지면서 이런 상습 집단이 숫자로 더 또렷하게 드러나게 됐다.
가중률을 1·2·3회로 잘게 나눈 설계도 이 신호를 읽는 데 도움이 된다. 한 번의 실수와 상습 위반 사이의 간격을 과태료 폭으로 벌려 놓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 해 위반 건수'보다 '몇 년째 반복되는가'가 더 무거운 지표로 바뀐 셈이다.
공정위 점검은 세 갈래다.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공시, 비상장사의 중요사항 공시, 그리고 기업집단 현황 공시다. 2025년 점검에서는 기한을 넘긴 지연 공시가 특히 많았다.
이 가운데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는 일감 몰아주기나 총수 일가 사익편취와 맞닿아 있어 지배구조 관점에서 특히 민감하다. 이 영역에서 지연과 누락이 반복된다면 단순 실무 착오로만 보기는 어렵다.
상습 공시 위반이 그 자체로 투자 판단을 뒤집을 사유는 아니다. 다만 재무제표 숫자만큼이나 약속한 정보를 제때 내놓는지도 기업을 보는 잣대다. 가중 제도가 세진 지금, 점검 결과는 지배구조를 가늠하는 공개된 체크리스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