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월 고점 대비 39% 넘게 빠지며 급락 때마다 등장하는 증안펀드 카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2020년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됐지만 반등 국면에서 거의 집행되지 않아, 발표 효과와 실제 매수는 구분해야 한다. 발표만 보고 추격 매수하기보다 실제 집행 규모와 외국인 수급 전환 같은 신호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는 증시가 급락할 때 투매를 진정시키려고 금융회사와 증권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모으는 기금이다. 은행·증권사 같은 금융회사가 돈을 대고,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 같은 유관기관이 함께 출자한다. 모인 돈으로 코스피200 같은 시장 대표 지수상품을 사들여 지수의 하단을 받치는 구조다.
한 번에 전액을 넣지 않고, 필요할 때 단계적으로 자금을 추가하는 '캐피탈콜' 방식으로 운용한다. 즉 "10조 규모"라는 숫자는 조성 한도이지, 실제로 그만큼 시장에 들어온다는 뜻이 아니다. 이 차이가 뒤에서 핵심이 된다.
지금처럼 코스피가 6월 고점(9,114.55) 대비 39% 넘게 빠진 국면에서는 증안펀드 재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김없이 커진다. 과거에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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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안펀드는 1990년 버블 붕괴, 2003년 카드 사태, 2008년 금융위기 때 조성됐고, 2020년 코로나 급락 때 다시 등장했다. 주목할 점은 절대 규모는 커졌지만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 시기 | 조성 규모 | 시총 대비 | 실제 집행 |
|---|---|---|---|
| 1990년 | 약 4조원 | 약 4.7% | 투입 |
| 2020년 | 10조7000억원 | 약 1.1% | 거의 미집행 |
1990년에는 시가총액 약 85조원 시장에 4조원가량이 들어가 지수를 직접 떠받쳤다. 반면 2020년 10조7000억원은 금액만 보면 커 보여도, 1000조원대로 불어난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그친다. 기금의 '체감 화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뜻이다. 참고로 2008년 규모는 자료마다 달라 단정하기 어렵다.
2020년 사례가 가장 많은 것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은 3월 24일 10조7000억원 규모 증안펀드 조성을 발표했고, 바로 다음 날인 25일 코스피는 5.89% 오른 1704.76으로 마감했다. 발표가 심리를 돌려세운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작 기금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4월 들어 증시가 스스로 반등하면서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조성된 돈의 대부분은 시장에 들어오지 않고 남았다.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발표가 준 것은 "정부가 바닥을 받칠 의지가 있다"는 신호였지, 실제 매수세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뒤의 반등이 펀드 덕분이었는지, 글로벌 유동성 회복 덕분이었는지는 지금도 명확히 가려지지 않는다. 발표 효과를 집행 효과로 착각하면 판단이 흔들린다.
대책 발표 직후는 추격 매수가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발표라는 재료에 하루 이틀 급반등이 나오지만, 그 상승이 심리에 기댄 것인지 실제 수급 전환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발표만 보고 올라탄 뒤 재료가 소진되면 다시 밀리는 일이 반복돼 왔다.
매수를 서두르기 전에 아래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증안펀드는 투매를 늦추는 완충 장치이지, 하락 추세를 되돌리는 스위치가 아니다. 과거 어느 사례도 "발표=바닥"을 보장하지 않았다. 지금 거론되는 카드 역시 발표 그 자체보다, 집행과 수급이 실제로 따라오는지를 보고 움직이는 게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