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한 달 만에 다시 무력 충돌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89.87달러까지 올라 90달러에 다가섰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하루 99척에서 9척으로 급감해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국채 금리 급등까지 겹쳐 정유주 밖 기술·성장주도 흔들린다. 투자자는 유가 밴드와 호르무즈 통항 재개 여부를 확인하며 대응하는 국면이다.

중동 리스크가 한 달 만에 다시 시장의 변수로 올라왔다. 미군은 8월 30일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라라크섬 발사대 두 곳을 공격했다. 7월 말 이후 알려진 첫 대이란 군사 공격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요르단 내 미군 공군기지 두 곳을 보복 타격했다고 밝혔다.
배경에는 멈춰 선 협상이 있다. 2월 말 시작된 전쟁이 6개월째인 가운데 종전 양해각서(MOU)의 60일 협상 시한이 만료됐고, 이란 외무부는 애초 협상을 시작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로 봉합되던 국면이 다시 무력 충돌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 소식에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9.87달러로 약 2% 올라 9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WTI도 84.85달러로 1.7%가량 상승했다.

Alex Luna
유가를 밀어 올린 건 심리보다 실물 차질이다. 8월 31일 밤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두 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 공격을 받았다.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의 시드르호와 한국 장금상선 소유의 세네갈프로스페리티호였고, 필리핀 국적 승조원 두 명이 숨졌다.
문제는 이 해협의 비중이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인데, 통과 선박이 평상시 하루 99척에서 사고 뒤 9척으로 급감했다. 주말에는 하루 5척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기름이 덜 흐르기 시작하자 가격이 반응한 것이다.
다만 급등 일변도로 볼 근거는 아직 약하다. DBS 에너지리서치는 유가가 배럴당 85~95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90달러 돌파 자체보다, 이 밴드가 위로 깨지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앞서 미국 측이 상선 통항을 위한 항로를 마련했다는 언급이 나왔던 국면과 지금은 다르다. 그때가 통항이 일부 유지되던 상황이라면, 재충돌 이후에는 그 길목마저 하루 한 자릿수로 막혔다. 다만 이 항로가 공식 합의였는지는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는 만큼, '합의가 깨졌다'기보다 '유지되던 통로가 다시 위험해졌다'고 읽는 편이 정확하다.
중동 뉴스라고 정유·에너지주만 보는 건 좁은 시야다. 이번에는 금리가 연결고리다.
9월 2일 전 세계 국채 금리가 일제히 튀었다. 미국 10년물이 4.797%로 2023년 이후 가장 높았고, 일본 10년물은 1996년 이후 처음 3%에 올라섰다. 배경에는 중동發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에 더해 연준의 긴축 경계, 미국 정부 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은 재정 부담이 겹쳤다.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 이익을 당겨 평가받는 기술·성장주가 먼저 눌린다. 실제로 AI 관련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됐다. 유가에 직접 노출된 항공·해운은 연료비와 운임·보험료 부담이 커진다. 코스피에서 기술주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충격은 '유가 테마'가 아니라 '금리를 타고 오는 위험'에 가깝다.
방향을 단정하기보다, 판단을 바꿀 지표를 정해 두는 편이 낫다.
지금 국면에서 무리한 방향 베팅은 근거가 얕다. 공급 차질은 실재하지만 유가 전망은 밴드 안이고, 협상 재개 한 번이면 방향이 바뀔 수 있다. 확인 지표를 정해 두고 대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