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로 지목된 세력이 지난달 바이낸스에서 약 63억 달러를 탈취한 뒤 솔라나를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2차 자금 세탁에 들어갔다고 체이널리시스 등이 밝혔다. 탈취 자금이 거래소를 거쳐 현금화되는 구조여서, 국내 가상자산 관련주의 진짜 리스크는 코인 가격보다 거래소의 규제와 신뢰 쪽에 걸려 있다. 거래대금과 김치프리미엄, 거래소 지분 보유 상장사의 공시, 자금세탁방지 규제 움직임을 함께 봐야 과잉반응을 피할 수 있다.
북한 해커로 지목된 세력이 지난달 말 바이낸스에서 약 63억 달러(약 8조 4천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빼돌린 뒤, 11월 들어 본격적인 2차 자금 세탁에 들어갔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와 룩온체인은 이들이 임시 지갑을 비우고 자금을 솔라나 네트워크로 옮긴 다음, 솔라나 97만여 개(약 1,290억 원어치)를 비트코인으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수법은 추적을 흐리는 데 맞춰져 있다. 1,000개가 넘는 지갑에 3,000회 이상 잘게 쪼개 송금하는 방식이고, 자금이 거쳐 간 지갑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패턴 때문에 자동화 알고리즘을 썼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트코인으로 갈아타는 이유는 분명하다. 발행사가 있는 스테이블코인이나 알트코인은 동결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통제 기관이 없어 묶기 어렵고, 유동성이 커서 현금화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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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의 종착지는 현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한 엘립틱 분석을 보면, 해커들은 탈취 직후 몇 분 만에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4억 3,400만 달러어치 테더를 이더리움으로 바꿨고, 결국 중국어권 장외거래 브로커를 거쳐 법정화폐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자금이 어느 단계에서든 제도권 거래소를 스칠 수 있고, 그때 거래소가 받는 압박이 투자자에게는 리스크의 실체가 된다.
탈취 자금이 거래소를 통과하면 자금세탁방지(AML)와 트래블룰 규제가 강화되고, 당국은 특정 지갑·자산의 동결이나 입출금 통제를 요구할 수 있다. 북한 연계라는 꼬리표는 국제 제재 문제까지 얹는다. 거래소의 영업과 신뢰가 흔들리면, 코인 가격이 아니라 거래소 자체의 가치가 움직인다. 국내 가상자산 관련주의 리스크가 주로 여기에 걸려 있는 이유다.
실제 시장은 사건 직후 가격보다 거래량으로 먼저 반응했다. 해킹 직후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려 테더로 피신하면서, 서울경제 보도 기준 업비트의 시간당 테더 거래량이 한때 27배로 뛰었고 국내 5대 거래소 거래대금은 이틀 새 45%가량 늘었다. 거래대금 급증은 단기적으로 거래소 수수료 수익을 키우지만, 공포가 만든 거래라는 점에서 방향을 예측하는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
관련주를 한 덩어리로 묶으면 오판하기 쉽다. 영향의 경로를 나눠 봐야 한다.
직접 영향을 받는 쪽은 거래소 지분을 실제로 들고 있는 상장사다. 국내 대표 거래소인 업비트(두나무)와 빗썸이 비상장이라, 투자자는 이들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소에 투자한다. 최근에는 금융사들이 두나무 지분 확보에 나서, 한화투자증권이 지분을 9.84%까지 늘리는 등 지분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이런 회사는 거래소의 거래대금과 수수료 실적, 지분법 평가손익이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되므로 규제·신뢰 충격이 직접 전달된다.
간접 영향권은 거래소 지분 없이 '코인 테마'로 묶이는 결제·블록체인·보안 관련주다. 이들은 코인 가격과 투자심리에 따라 함께 오르내리지만 실적과의 연결고리는 약하다. 테마 동반 등락과 실적 기반 변동을 구분하지 못하면, 뉴스 한 줄에 과도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런 보도가 뜰 때 반사적으로 사고팔기보다, 다음을 먼저 확인하면 과잉반응을 줄일 수 있다.
핵심은 코인 시세가 아니라 거래소를 둘러싼 규제와 신뢰의 변화다. 세탁이 몇 주에서 몇 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이 테마는 한 번의 뉴스가 아니라 규제 흐름으로 길게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