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CB)로 일본 키옥시아의 사실상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회사는 'CB 전환은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2028년까지 지분 15% 유지 약정과 일본 정부의 견제가 전환을 미루게 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약정 해제 시점, 규제 당국의 태도, 낸드 업황이 투자자가 지켜봐야 할 세 변수다.
SK하이닉스가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의 사실상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소식이 나왔다. SK하이닉스가 출자한 베인캐피털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율이 14%대를 유지하면서, 기존 최대주주였던 도시바를 근소하게 앞질렀다는 것이다. 도시바가 7월 하순부터 8월 초 사이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잇따라 처분하며 지분이 줄어든 결과다. 참고로 SPC와 도시바의 정확한 지분율은 보도마다 14.06%에서 14.19% 사이로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는데, 두 곳이 소수점 단위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공통된다.
여기서 투자자가 짚어야 할 핵심은 '사실상'이라는 단어다. SK하이닉스가 직접 지분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분 대부분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CB를 실제 주식으로 바꾸느냐 마느냐가 이번 이슈의 진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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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는 일정 조건에서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증권이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을 크게 확대할 수 있고, 이 경우 간접적 최대주주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주주로 성격이 달라진다. 키옥시아 보고서상 SK하이닉스는 해당 SPC의 '거의 모든'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CB를 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키옥시아는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14~15% 안팎의 점유율을 가진 주요 업체다. SK하이닉스가 이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실제 지분으로 굳힌다면, 낸드 시장의 재편 구도에서 유리한 지렛대를 쥐게 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환을 실행했을 때'의 시나리오이고, 지금 시점에서는 전환 여부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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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SK하이닉스는 신중하다. 회사 관계자는 CB 전환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고 밝혔다. 계약상 당장이라도 주식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실행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신중함의 배경에는 약정과 규제가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에 약 4조원을 투입할 당시, 2028년까지 의결권 지분을 15% 이하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 약정 때문에 지금 무리하게 지분을 늘리기 어렵다. 또 하나는 일본 정부의 견제다. 반도체는 일본이 전략 산업으로 다루는 분야여서, 외국 기업이 자국 핵심 반도체 회사의 경영에 깊이 들어오는 데 대해 엄격한 심사와 제약이 따를 가능성이 크다. '내부 논의 없음'이라는 표현은 이런 제약들을 의식한 관리된 언급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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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번 이슈는 '이미 벌어진 일'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에 가깝다. 투자자 입장에서 지켜볼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2028년으로 예정된 15% 지분 제한 약정의 해제 시점이다. 이 제약이 풀리면 전환과 지분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 둘째, 일본 정부와 규제 당국의 태도다. 심사 강도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선택지가 넓어지거나 좁아진다. 셋째, 낸드 업황과 키옥시아의 실적이다. 시장이 살아나면 지분 가치와 전환의 실익이 함께 커진다.
한 가지 덧붙이면, SK하이닉스는 이 투자에서 이미 상당한 실리를 거뒀다. 2018년 투자한 자금 대비 회수한 금액이 6조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재무적으로는 성공한 투자로 평가된다. 남은 CB는 그 위에 얹힌 '옵션'인 셈이다. 결국 CB 전환은 회사가 언제, 어떤 조건에서 그 카드를 쓰느냐의 문제이며, 그 판단이 지분 구조와 주가에 미칠 영향을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지금 투자자가 취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