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은 8월 26일 미국 바이오헤이븐에서 뇌전증 신약 후보 오파칼림을 최대 7억9,5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에 들여오는 계약을 맺었고 발표 당일 주가는 장중 8%대 올랐다. 다만 이번 계약은 매출이 아니라 4억 달러 선급금이 먼저 나가는 도입 계약이라, 실제 판매는 임상 성공을 전제로 2029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올해 말 나올 임상 3상 결과가 이 베팅의 첫 관문인 만큼, 주가는 계약 규모보다 임상 일정과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
SK바이오팜은 8월 26일 미국 바이오헤이븐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의 글로벌 독점 권리를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개발·허가 단계별 마일스톤을 합쳐 최대 7억9,500만 달러, 약 1조1,000억원이다. 여기에 제품이 팔리면 매출 구간에 따라 로열티를 따로 준다.
핵심은 선급금 4억 달러다. 딜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3억5,000만 달러, 1년 뒤 5,000만 달러를 지급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가 해외에서 후보물질을 들여오며 낸 선급금 중 최대 규모다. 오파칼림은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는 칼륨채널(Kv7.2/7.3) 활성제로, 나트륨채널과 GABA에 작용하는 기존 간판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와 기전이 달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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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투자자가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기술 계약에는 밖에 파는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과 밖에서 사오는 기술도입(라이선스인)이 있다. 수출은 계약과 동시에 선급금이 회사로 들어와 곧바로 실적에 잡히지만, 이번처럼 도입 계약은 반대로 현금이 나간다.
즉 발표 시점의 SK바이오팜에는 4억 달러의 현금 유출 계획이 먼저 생긴 셈이다. 오파칼림에서 나올 매출은 아직 0원이다. 그런데도 발표 당일 주가가 장중 8%대 올라 9만원대에서 거래된 것은, 이 물질이 훗날 두 번째 주력 제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미리 반영됐다는 뜻이다. 계약 규모 숫자와 주가 상승폭을 실적 개선으로 곧장 연결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입한 후보물질이 실적이 되려면 임상 성공, 허가, 출시, 판매라는 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오파칼림은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 두 건이 진행 중인 후기 단계다. 후기라 해도 아직 임상이며, 임상은 실패할 수 있다.
반대로 임상이 순조로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회사는 임상 성공을 전제로 이르면 2029년 미국 출시를 목표로 제시했다. 세노바메이트의 특허가 언젠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같은 뇌전증 시장에 두 번째 제품을 얹는 그림이다. 도입가가 비싸도 시장이 겹치고 판매망을 공유할 수 있다면 회수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이 계약의 성패는 값이 아니라 임상 결과가 가른다.
발표 이후 흐름을 판단하려면 계약 금액보다 다음 세 가지를 먼저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첫째, 임상 일정이다. 회사는 임상 3상 RISE3의 첫 톱라인 결과를 올해 말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 결과가 이번 베팅의 첫 관문이다. 둘째, 선급금이 재무에 주는 부담이다. 4억 달러가 나가는 만큼 회사의 현금 여력과 차입 여부를 분기 실적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존 엑스코프리의 매출 추세다. 새 후보물질이 결실을 맺기 전까지 실적을 떠받치는 것은 결국 지금 팔리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번 발표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지 당장의 이익이 아니다.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는 올해 말까지는 계약 규모보다 임상 스케줄과 회사의 현금 상태를 함께 보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