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9월 1일 글로벌 제약사와 1310억7000만원 규모 원료의약품 공급계약을 맺으며 올해 API 누적 수주가 약 3970억원에 이르렀다. 렉라자 기술수출로 대표되던 신약 중심 구조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료 제조 매출이 더해지며 사업이 다각화되고 있다. 개별 계약 뉴스를 볼 때는 계약금·선급금 유무와 매출 인식 시점, 상대방·지역 공개 여부 같은 조건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유한양행이 9월 1일 글로벌 제약사와 1310억7000만원 규모의 원료의약품(API) 공급계약을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26년 9월 1일부터 2028년 5월 31일까지다. 이 금액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 2조1866억원의 6%에 해당한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한 건이 아니라 흐름이다. 올해만 세 번째 대형 수주이고, 누적 계약 규모는 약 397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의 18% 수준까지 올라왔다.
| 시점 | 상대방 | 규모 |
|---|---|---|
| 5월 | 브릿지바이오파마 | 약 560억원 |
| 5월 | 길리어드사이언스 | 약 2102억원 |
| 9월 | 비공개 글로벌 제약사 | 약 1311억원 |
이번 계약의 상대방과 공급 지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한양행은 상대방이 경영상 비밀유지를 요청했다고 밝혔고, 공시 유보 기한은 계약 종료일인 2028년 5월 31일까지다. 상대방을 밝히지 않는 계약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RDNE Stock project
유한양행 하면 렉라자(레이저티닙)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8년 얀센에 총 1조6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이고, 2024년 8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첫 국산 항암제다. 현재는 아미반타맙과의 병용요법으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쓰인다.
문제는 신약 기술수출 수익이 마일스톤과 로열티에 묶여 있어, 시점이 들쭉날쭉하고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반면 API 공급은 정해진 기간 동안 원료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매출 흐름이 안정적이다.
그래서 올해 이어진 API 수주는 렉라자 성공의 그늘에 가려지기 쉽지만, 사업 구조상으로는 성격이 다른 매출원을 키우는 작업에 가깝다. 유한양행이 자회사 유한화학의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방향과 맞물린다. 2028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약 29만 리터 규모의 생산 시설을 추가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수천억 원 계약'이라는 제목만 보고 재료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개별 수주 뉴스를 볼 때는 숫자 뒤의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먼저 계약금과 선급금 유무다. 이번 계약은 계약금과 선급금이 없다고 명시됐다. 이 경우 대금은 실제 납품이 이뤄질 때 들어오므로, 계약 체결 시점과 매출 인식 시점이 다르다. 공시 금액이 곧바로 이번 분기 실적으로 잡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다음은 계약 규모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 건이 6%, 올해 누적이 18%라는 숫자는 사업 기여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다만 계약 기간이 여러 해에 걸쳐 있으면 연간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상대방과 지역이 공개되는지도 확인할 대목이다. 상대방이 비공개면 계약의 지속성이나 추가 수주 가능성을 외부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여기에 원료 수출은 환율에 실적이 좌우되므로, 고환율 국면에서는 수익성 개선이 계약 규모와 별개로 나타날 수 있다.
정리하면 이번 계약은 유한양행의 API 사업이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쌓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다만 그 신호가 다음 실적으로 언제,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계약 조건과 납품 일정을 확인해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