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주 서학개미가 미국 주식을 약 3조원 순매수했고, 그중 74%가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 한 종목에 몰렸다. 급락장 역행 매수지만 개인 순매수만으로 바닥을 읽기는 어렵고, 지수 방향은 외국인 수급에 더 크게 좌우된다. 외국인 매도 둔화 여부와 개인 실탄 소진, 매물대 같은 변수를 함께 봐야 수급 신호를 오독하지 않는다.
11월 첫 주(2~6일) 국내 개인이 미국 주식을 21억9753만달러, 약 2조98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8월 한 달 순매수(19억달러대)를 한 주 만에 넘어섰고, 9월 전체(1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코스피가 급락하는 와중에 오히려 해외 주식을 쓸어담은 전형적인 '역행 매수'다.
다만 이 숫자를 곧바로 '바닥을 떠받치는 지지 신호'로 읽으면 곤란하다. 수급은 개인이라는 한 주체만 봐서는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어디에 왜 샀는지, 그리고 나머지 주체가 무엇을 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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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수 3조원 가운데 약 74%인 16억2525만달러(약 2조2000억원)가 한 종목에 몰렸다.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 반도체 지수의 하루 등락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넓게 분산한 저가 매수라기보다 급락 뒤 반등에 3배로 베팅한 쪽에 가깝다.
같은 기간 개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약 4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이 국내를 팔아 미국으로 간 것이 아니라 양쪽을 동시에 사들였다는 뜻이다. '한국 탈출'이라는 단순한 해석과는 결이 다르다.
국내와 미국은 수급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코스피는 외국인 매매가 지수 방향을 크게 좌우하지만, 서학개미의 3조원은 규모가 훨씬 큰 미국 시장에서는 흐름을 바꾸는 힘이라기보다 개인의 베팅에 가깝다. 게다가 레버리지 ETF는 등락을 3배로 키워, 반등하면 크게 벌지만 하락이 이어지면 손실도 그만큼 불어난다.
개인 매수가 하방을 떠받친 사례는 있지만, 외국인 매도가 계속되면 대개 역부족이었다. 올해 7월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로 3주 만에 2000포인트 넘게 수직 낙하했고, 개인이 연일 순매수로 막았지만 버거웠다. 지수 방향과 더 밀접한 쪽은 외국인이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코스피 상승률과 외국인 순매수 비율의 상관계수는 0.7에 이른다.
2004년 10월에도 외국인이 나흘 연속 팔고 개인이 나흘간 받아냈지만, 결국 국내 자금이 외국인 물량을 받아내야 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패턴은 반복되는 편이다. 개인 순매수는 하락 속도를 늦추는 완충이지 추세를 돌리는 방아쇠는 아니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수급 지표 자체의 한계도 분명하다. 개인이나 외국인 순매수 흐름만으로 저점을 맞힐 수 있다는 체계적 검증은 확인되지 않고, 거론되는 사례도 특정 국면에 편중돼 있다. 수급은 '누가 얼마 샀나'를 넘어 '그 매수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나'까지 봐야 신호를 오독하지 않는다. 지금 국면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개인의 매수 규모가 아니라 외국인 매도가 둔화되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