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월 들어 18.81%, SK하이닉스가 28.1% 빠지며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딥시크가 불붙인 AI 투자 과잉 의문과, 코어위브·앤트로픽으로 드러난 수요처 수익성 우려가 함께 메모리 수요 기대를 눌렀기 때문이다. 뉴스의 분위기보다 AI 수요처의 매출·투자, 네오클라우드 신용, 외국인 수급 같은 지표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10월 들어 전날까지 18.81%, SK하이닉스는 28.1% 빠졌다. 이번 반도체주 급락엔 두 갈래 공포가 겹쳐 있다. 하나는 중국 딥시크가 다시 불붙인 'AI 투자 과잉' 의문이고, 다른 하나는 AI 수요처가 정작 돈을 못 번다는 '거품론'이다. 방향은 달라 보여도 두 공포는 결국 같은 지점을 때린다. 메모리 수요 기대다.
흐름은 10월 중순에 꺾였다. 15일 하루에 삼성전자가 9.48%, SK하이닉스가 11.06% 급락했다. AI 투자 수익성 논쟁에 예상을 웃돈 미국 소비자물가, 외국인 대량 매도가 한꺼번에 겹친 날이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9일까지 8거래일 연속 내렸는데, 이 기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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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는 10월 17일 신모델 'V4.1-플래시'의 개선판을 공개했다. 자체 평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벤치마크 점수가 앤트로픽 클로드 오퍼스5와 오픈AI GPT-5.6을 앞섰다고 밝혔다. 눈길을 끈 건 가격이다. 출력 토큰 100만 개당 0.6달러로, 오퍼스5(25달러)의 40분의 1 수준이다.
여기서 공포의 논리가 생긴다. 저비용 모델로도 미국 최상위 수준 성능이 나온다면, AI 회사들이 지금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 모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다. 반도체 실적 기대는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딥시크는 바로 그 전제를 흔든다.
지난해 1월 딥시크 R1이 처음 공개됐을 때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7% 빠지며 시가총액 5,890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번엔 주말에 공개돼 시장이 뒤늦게 반응했다. 다만 반론도 분명하다. 이용료가 싸지면 쓰는 양이 오히려 늘어 전체 연산 수요가 커진다는 '제번스의 역설'이다. 싼 AI가 곧 반도체 수요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두 번째 경로는 미국에서 왔다.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며 신용위험 우려가 커졌고, 주가도 주말 뉴욕증시에서 11.91% 내렸다. 앤트로픽은 3분기 매출 증가율이 45%로, 직전 분기 147%에서 크게 둔화했다.
이게 왜 한국 반도체를 때릴까. AI 인프라에 돈을 쓰는 쪽(코어위브 같은 업체, AI 모델 기업)이 흔들리면, 이들이 앞으로 메모리를 예전만큼 사줄지가 불확실해진다. 수요처의 지갑이 닫히면 HBM을 만드는 삼성·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함께 깎인다. 모건스탠리가 전체 AI 투자가 2027년 1조6,000억 달러까지 늘 것으로 보는데도 주가가 빠지는 건, 시장이 그 숫자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같은 공포라도 한국 증시가 더 크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반도체 두 종목의 지수 비중이 워낙 커서, 삼성·하이닉스가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끌려 내려간다. 여기에 외국인이 10월 들어 삼성전자를 4조4,574억원, SK하이닉스를 9조6,12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수급을 눌렀다.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버티는 동안 한국이 더 깊게 밀린 배경이다.
| 종목 | 10월 낙폭 | 외국인 순매도 |
|---|---|---|
| 삼성전자 | -18.81% | 4조4,574억원 |
| SK하이닉스 | -28.1% | 9조6,120억원 |
증권가 안에서도 평가는 갈린다. 미래에셋증권은 "업황의 실질적 훼손이 없다"며 저점 비중 확대가 유효하다고 봤고, DS투자증권은 지금 주가가 아직 오지 않은 2028년 다운사이클을 미리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HBM 비중과 장기공급계약(LTA)이 늘어 과거보다 이익의 바닥이 높아졌다는 점, TSMC와 ASML이 여전히 2028~2029년까지 수요 우위를 전망한다는 점이 근거다. 반대로 머스크의 메모리 가격 비판과 중국 CXMT의 증산은 공급 과잉 쪽 리스크다.
전망이 엇갈리는 국면에선 뉴스의 분위기보다 지표를 봐야 한다. 지금 추적할 체크포인트를 꼽자면.
결론을 서두르기보다, 이 지표들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데 수급과 밸류에이션만 무너진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고, 수요처의 투자 자체가 꺾이는 것이라면 또 다르다. 지금은 그 갈림길을 지켜보는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