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상승은 메모리 업체엔 이익으로, 메모리를 사다 쓰는 세트 업체엔 원가 부담으로 정반대로 작용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 83조 원대의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반면, 애플·삼성 등은 스마트폰 원가의 20%를 넘는 메모리 값을 제품 가격에 얹어야 하는 처지다. 가격 전가력과 장기공급계약 유무, 메모리 매출 비중으로 수혜주와 피해주를 갈라 보고, 실적과 주가가 따로 움직인다는 점도 함께 확인해 두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이 숫자는 두 방향으로 갈라진다. 파는 쪽에는 이익으로, 사서 제품에 넣는 쪽에는 원가 부담으로 쌓인다. 지금 증시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확히 그렇다.
SK하이닉스가 10월 28일 내놓은 3분기 잠정 실적이 그 한쪽을 보여준다. 매출 104조 원대로 분기 기준 처음 100조 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83조 원대, 영업이익률은 80%에 달했다. 여섯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이다. D램과 낸드 가격이 오를수록 원가는 크게 변하지 않는 메모리 업체의 이익이 그대로 불어나는 구조가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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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승의 크기부터 보면 흐름이 잡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 올해 분기별 범용 D램 고정거래가 상승 폭은 아래와 같이 추정된다.
| 분기 | D램 고정가 상승 폭(전분기 대비) |
|---|---|
| 1분기 | 90~95% |
| 2분기 | 약 80% |
| 3분기 | 약 40% |
| 4분기 | 약 20% |
상승 폭 자체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플러스다. 가격이 내리는 게 아니라 오르는 속도만 느려지는 국면이라는 뜻이다. 배경에는 공급 구조 변화가 있다.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같은 용량을 만드는 데 일반 D램보다 웨이퍼를 약 세 배 더 쓴다. 제조사들이 HBM에 생산을 몰면서 PC·모바일용 범용 메모리 공급이 줄었고, 이 쏠림이 가격 상승을 길게 끌고 가는 힘이 되고 있다.
반대편에는 메모리를 사다 쓰는 세트 업체가 있다.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0~15%에서 20%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올렸고, 삼성도 갤럭시 신제품과 노트북 가격을 끌어올린 배경이 여기 있다.
문제는 세트 업체가 가격을 올린다고 부담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줄고, 안 올리면 마진이 깎인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노트북 출하량이 전년보다 5.4% 줄 것으로 내다봤다. 원가 상승이 수요 위축으로 번지는 전형적인 흐름이다.
그렇다고 메모리주는 무조건 수혜, 세트주는 무조건 피해로 나누는 건 거칠다. 같은 업황에서도 종목마다 체력이 다르다. 투자 판단 전 다음을 확인해 두면 방향이 선명해진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이 있다. 실적이 사상 최대라도 주가는 다르게 움직인다. 10월 중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메모리 두 종목이 함께 급락한 것처럼, 주가는 당장의 이익보다 AI 투자 부담이나 고점 논란 같은 다음 국면의 우려를 먼저 반영하곤 한다. 실적과 주가를 같은 선 위에 놓고 보지 않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