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차세대 스냅드래곤 2나노 물량을 전량 TSMC에 맡기면서 삼성전자는 최선단 공정 수주에 다시 실패했다. 점유율 5.9% 대 72.5%라는 격차 속에서 상징적 타격이지만, 테슬라 AI5 수주와 70%대로 올라선 수율은 반대 방향의 재료다. 삼성 파운드리의 진짜 방향은 다음 실적 발표의 가동률·수율·신규 수주 지표에서 확인해야 한다.
9월 스냅드래곤 서밋에서 퀄컴은 차세대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 6세대 2종을 공개했다. 두 제품 모두 TSMC의 2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물량에 진입하지 못했다.
삼성에 우호적인 해석의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퀄컴 크리스 패트릭 부사장은 삼성 2나노 공정을 "심도 있게 평가하고 있다"고 했고, 삼성을 여전히 "모바일에서 가장 강력한 파트너"로 표현했다. 수율·성능 테스트는 진행 중이며 최종 가격에서 이견이 남아 협상이 지연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지금 확정된 2나노 물량이 전량 TSMC로 간 것은 사실이다.
Photo by Vishnu Mohanan on Unsplash
투자자가 먼저 봐야 할 숫자는 점유율이다. 2026년 2분기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72.5%, 삼성은 5.9%였다(카운터포인트 기준 TSMC 약 73%). 매출로 보면 TSMC가 약 402억 달러, 삼성이 약 33억 달러로 12배 넘게 벌어졌다. 5년 전 18%대였던 삼성 점유율은 5%대로 내려앉았다.
이 구조에서 퀄컴 물량 하나가 당장 점유율을 뒤집지는 못한다. 문제는 상징성이다. 퀄컴은 삼성이 2021년 스냅드래곤 8 Gen 1을 만들다 갤럭시S22 발열 논란을 겪은 뒤 2022년부터 물량 전량을 TSMC로 옮긴 고객이다. 그 고객을 최선단 공정에서 다시 잡지 못했다는 사실은, 가동률과 신규 수주를 끌어올려야 하는 삼성 파운드리에는 심리적 부담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삼성 파운드리 서사가 전부 나쁜 쪽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첫째는 수율이다. 삼성의 2나노 수율은 연초 50% 미만에서 현재 70% 이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조선비즈는 60% 근접으로 보도해 매체 간 차이가 있다). 퀄컴이 양산 조건으로 요구하는 수율선이 70%대인 만큼,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기술적 문턱 자체는 넘은 셈이다. 4나노 수율은 이미 80% 안팎에서 안정됐다.
둘째는 고객이다. 삼성은 테슬라의 차세대 AI 반도체 'AI5'를 2나노 공정으로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만들기로 했다. 이 칩은 테이프아웃 단계를 지났고, 테일러 팹은 연말 초기 가동을 거쳐 2027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한다. 테슬라가 TSMC와 삼성을 동시에 쓰는 듀얼 소싱을 택한 덕분에 삼성으로선 비어 있던 테일러 팹을 채울 실질적 물량을 확보했다.
정리하면 퀄컴은 놓쳤지만 테슬라는 잡았고, 수율은 우상향이다. 퀄컴 불발을 단독 악재로만 읽으면 그림의 절반만 보는 것이다.
퀄컴 뉴스 한 줄로 삼성 파운드리의 방향을 확정하긴 이르다. 다음 실적 발표에서 아래 항목을 순서대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
삼성전자는 앞선 실적 설명에서 고객 수요와 가동률, 수율, 가격 상승을 근거로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을 전망한 바 있다. 이 전망이 실제 숫자로 확인되는지가 관건이다.
수율이 70%대에서 안정되고 테일러 팹이 예정대로 돌기 시작한다면, 퀄컴 2나노를 놓친 것은 아픈 한 건이지 추세의 전환점은 아니다. 반대로 가동률과 신규 수주가 계속 정체된다면, 이번 불발은 그 정체를 보여주는 신호로 남는다. 판단은 다음 분기 지표를 본 뒤에 내려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