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고려아연의 74억 달러 테네시 제련소 프로젝트를 관세정책 성공 사례로 직접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두 자릿수까지 급등하며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편입 기대를 반영했다. 다만 정제시설의 중국 집중 등 구조적 한계가 남아 있어 정책 발언과 실제 실적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핵심광물 정책의 키를 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한국 기업 이름을 직접 꺼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열린 광업계 원탁회의에서다. 러트닉 장관은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정책의 성공 사례를 설명하면서 "고려아연에 74억 달러를 지원해 미국에 핵심광물 제련소를 짓도록 했다"고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대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책의 최고위 인사가 특정 외국 기업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대통령 앞에서 대표 사례로 지목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튿날 국내 증시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두 자릿수까지 급등하며 시장이 이 발언의 무게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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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 장관이 콕 집은 사업은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이다.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통합 비철금속 제련·정제 시설을 짓는 74억 달러(약 10조4천억 원) 규모 프로젝트로, 테네시주 역사상 단일 민간 투자로는 최대 규모로 전해진다.
이 제련소의 핵심은 생산 품목에 있다. 아연·연·동·은 같은 전통 비철금속뿐 아니라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상당수와 반도체급 황산까지 만들 계획이다. 반도체·방위·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들이다.
미국이 고려아연을 주목한 배경에는 '제련·정제' 역량이 있다. 미국은 광물을 캐낼 땅은 있어도 이를 산업용 소재로 바꾸는 제련 단계가 취약하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를 수십 년 운영하며 복잡한 저품위 원료에서 희소금속을 회수하는 통합공정 기술을 축적해 왔고, 바로 이 지점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빈틈과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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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언은 개별 기업 이슈를 넘어 미국의 정책 흐름 위에 놓여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희토류·핵심광물 수출 통제에 맞서 "광산에서 자석까지(mine-to-magnet)" 이어지는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왔다. 실제로 최근 30억 달러 규모의 핵심광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국방부·에너지부·수출입은행을 통해 자금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이 구도에서 고려아연의 테네시 프로젝트는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은 셈이다. 관세로 자국 투자를 유도하고, 동맹국 기업의 기술로 대중국 의존을 낮추는 그림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시장이 고려아연을 단순한 비철금속 회사가 아니라 미국 공급망 재편의 '편입 후보'로 다시 보기 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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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대만큼 짚어둘 리스크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단기간에 중국 의존을 끊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하다. 문화일보 등은 전 세계 광물 정제시설의 85% 이상이 여전히 중국에 집중돼 있어 구조적 한계가 크다고 전했다. 74억 달러 프로젝트 역시 완공과 정상 가동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라, 발표와 실적 사이에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투자 관점에서 정리하면, 러트닉 장관의 언급은 고려아연에 '정책 수혜주'라는 새로운 서사를 부여했고 이는 단기 수급을 크게 움직였다. 핵심광물·제련 테마 전반으로 시장의 관심이 번질 여지도 있다. 그러나 정책 발언과 실제 매출·이익은 다른 층위의 문제인 만큼, 발언 이후의 주가 변동성과 프로젝트의 실제 진척 속도를 함께 보는 냉정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