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평가액이 6월 말보다 182조 원, 35.3% 줄었고 그중 71.8%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 보유 국내주식 중 두 종목 비중이 7월 초 55.7%까지 커진 터라 반도체 조정이 기금 평가손과 지수에 그대로 전이됐다. 이는 아직 미실현 평가손이며, 이번 주 가트너 심포지엄과 빅테크 실적에서 AI 투자 수익성이 확인되는지가 반등 가늠자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로,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다고 공시한 상장사 287곳의 평가액은 6월 말 515조9293억 원에서 10월 15일 333조5330억 원으로 줄었다. 석 달 반 만에 182조3963억 원, 35.3%가 날아갔다. 분기 단위 감소로는 2024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이고, 낙폭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눈에 띄는 건 손실이 특정 종목에 몰렸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에서 74조2261억 원, 삼성전자에서 약 56조9000억 원이 줄어, 두 종목 감소액이 131조 원으로 전체의 71.8%를 차지했다. 그사이 SK하이닉스 주가는 265만 원에서 126만2000원으로, 삼성전자는 33만4000원에서 21만 원으로 밀렸다.
다만 이 182조 원은 보유 주식을 팔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한 장부상 평가손이다. 실제 매도로 확정된 손실과는 다르다. 국민연금은 4월 1일부터 7월 6일까지 189조 원가량의 평가이익을 쌓았는데, 그 상당 부분을 3분기에 되돌려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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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두 종목에 이렇게 몰렸나.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월 말 40.4%에서 7월 6일 55.7%로 커졌다. 상승장을 두 종목이 이끌면서 비중이 불어났고, 하락장에서는 같은 비중이 손실의 진원지가 됐다.
이는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3월 중순 40%를 처음 넘어선 뒤 상반기 내내 올랐다. 지수의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 두 종목의 주가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한 업종이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가 이번에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1조 원 넘게 팔았고, 그중 8조8000억 원가량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쏟아진 매물을 연기금 등 국내 기관이 받아내지 못하면서 15일 코스피는 하루에만 7.57% 떨어져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여기서 쏠림의 또 다른 얼굴이 보인다. 이미 두 종목에 비중이 쏠린 기관은 추가로 담아 지수를 받치기도, 빠르게 비중을 줄이기도 어렵다. 지수가 두 종목에 걸려 있다는 말은, 반등의 열쇠도 결국 같은 두 종목이 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급락의 방아쇠는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가 부실 수준으로 떨어지고 앤트로픽의 매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이번 주 일정은 대부분 'AI가 돈을 버느냐'를 확인하는 자리다.
NH투자증권은 코어위브 사태가 AI 산업 전체가 아닌 개별 기업의 문제로 확인될 경우 반도체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고 봤다. 확정된 전망은 아니다. 다만 지수가 두 종목에, 그 두 종목이 AI 수요에 걸려 있는 지금, 이번 주 숫자들이 평가손을 줄일지 키울지를 가를 변수인 것은 분명하다.